7번 수술 이겨낸 임효준 "정말 그만두고 싶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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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그중 골절상은 3번이나 됐다. 다들 재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일어나고, 또 일어나서 마침내 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임효준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환호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임효준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환호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부활의 아이콘' 임효준(22·한국체대)이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한국 선수단에 평창올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임효준은 1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2분10초485로 가장 먼저 결승전을 끊었다. 임효준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며 금메달 획득을 자축했다. 이 기록은 올림픽 신기록이다. 네덜란드의 싱키 크네흐트가 2분10초555로 은메달을, 러시아에서 온 러시아 선수(러시아)인 세멘 엘리스트라토프가 2분10초687로 동메달을 각각 차지했다. 크레흐트는 "임효준이 정말 잘했다"고 인정했다.

평창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임효준. [강릉=연합뉴스]

평창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임효준. [강릉=연합뉴스]

임효준은 초반에 몸싸움에 밀려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3바퀴를 남기고 1위로 올라선 후, 인코스에 바짝 붙어 추격하는 선수들을 뿌리쳤다. 임효준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후,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크네흐트도 임효준의 헬멧을 툭툭 치며 승리를 인정했다.

임효준은 김동성-안현수의 뒤를 이을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정강이, 발목 부상 등으로 무려 7번이나 수술대에 올라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뚝이 같은 투지로 빙판으로 돌아왔다. 그는 "부상을 당할 때마다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그때마다 '평창올림픽' 하나만 보고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효준의 일문일답.

금메달 소감은.

"1등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예선전을 타고 나서 긴장이 풀렸다. 외국 선수들 타는 걸 보니 생각보다 좋지가 않아서 자신감이 생겼다. 감독님한테도 준결승이 결승보다 어려울 것 같다. 결승만 가면 뭐 하나 할 것 같다. 자신 있다고 말씀드렸다. 제 말처럼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고 시상대에 섰지만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감독님, 코치님. 팀 코리아 준비 서로서로 도와줘 준비 잘했다. 팀원들에게 고맙다는 말 꼭 하고 싶다. 같이 탄 (황)대헌이한테도 고맙다. 경기 남았으니까 잘하자고 말하고 싶다. 5000m 계주 금메달, 그건 꼭 가져오고 싶어요. 죽기로 열심히 하겠다. 많이 지켜봐 주세요."

[올림픽] 임효준 내가 1위   (강릉=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효준이 플라워세리머니 때 포디엄으로 올라가며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2018.2.10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올림픽] 임효준 내가 1위 (강릉=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0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효준이 플라워세리머니 때 포디엄으로 올라가며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2018.2.10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어떻게 레이스를 준비했나. 

"어떻게 하자고 하고 경기를 한 건 아니다. 전략은 없었다. 감독님이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대로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다시 한번, 우리 '팀 코리아'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전략은 없었다. 전략을 세우고 나서면, 경기가 꼬여서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경기하자고 얘기했다. 같이 메달을 땄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다. 대헌이한테도 고맙다. 이라 형한테도 남아 있는 경기 끝까지 열심히 하자고 말하고 싶다. 가족에게도 감사하다."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그토록 꿈꿨던 무대에서 금메달을 땄다. 제가 금메달을 땄지만, 팀 코리아 16명이 모두 준비한 것이다. 내가 잘해서 1등을 한 게 아니다. 팀 동료들이 있어서 이 자리에 있다. 정말 감사하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출전을 못 했다.

"(안)현수 형과 한 달 전에 한체대에서 훈련했다. 현수 형이 하던 대로만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줬다. 토리노올림픽에서 3관왕을 한 현 수형을 보고 올림픽을 꿈꿨다. 현 수형이 못 온다는 소식에 안타까웠다. 같이 뛸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준결승에서 중국과 3명 붙었다.

"'큰일 났다. 어떻게 하지'란 생각을 했다. 중국 선수 3명과 붙게 됐는데, 나만 있으면 괜찮은데 대헌이까지 같은 조라 솔직히 짜증 났다. 다른 조면 각자 플레이를 하면 되는데 팀 동료가 있어서 신경 쓸 게 많았다. 긴장 많이 했는데 자신은 있었다. 침착하게 경기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임효준. 강릉=박소영 기자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임효준. 강릉=박소영 기자

7번이나 수술을 했다.

"발목도 부러지고 다른 부분도 많이 다쳤다. 특히 2년 전 허리 골절됐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쇼트트랙 하다가 죽겠다고 생각했다. 한체대 동료들도 '형, 그러다 죽겠어'라고 했다.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평창올림픽이란 명확한 꿈이 있었다. 누구보다 금메달 따고 싶었다. 그래서 이겨내서 여기까지 왔다."

오늘 경기 전, 감독님이 해주신 말은. 

"내가 긴장을 많이 한다. 그런데 김선태 감독님이 '너 뭐하려고 하지 마라. 그러면 실수하더라. 마음 편하게 놓고 하라'고 해주셨다. 마음 편히 경기해서 잘된 것 같다. 감독님이 끝나고 '그거 봐라. 되잖아'라고 하셔서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감독님 말대로 남은 경기는 욕심을 버리고 즐기면서 하겠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은.

"햄버거 하나 먹고 싶다. 하나는 될 것 같다. 하하"

강릉=김효경,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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