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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극단주의 공화당 측이 부추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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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진보 성향의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73.여)가 "공화당 측이 비이성적 극단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7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헌법재판소 강연에서 이렇게 울분을 터뜨렸다. 이는 최근 대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밝혀졌다. 1993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지명된 그는 낙태권과 동성애를 지지하고, 대법원 판결에 외국 판례를 인용하곤 했다. 지난해 일부 공화당 의원이 "대법원이 외국 판례를 인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각각 상하 양원에 내기도 했다. 그를 탄핵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외국 판례를 받아들이는 건 미국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는 이유에서다.

긴즈버그는 지난해 2월 자신과 얼마 전 은퇴한 대법관 샌드라 데이 오코너를 위협하는 극단주의의 사례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인터넷에 "대법관 긴즈버그와 오코너는 외국 법과 판례를 활용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이는 미국과 헌법에 대한 중대 위협이다. 여러분이 말만 하는 애국자가 아니라면 두 대법관은 일주일 이상 살지 못할 것이다"라는 글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의 법적 견해에 접근할 때 그것에 흠은 없는지, 우리와의 차이는 뭔지 등을 따지는 예민함이 있어야 한다"며 "외국 판례가 비록 불완전할지라도 그것에서 좋은 생각과 경험을 얻으려고 하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7일 외국 판례 인용과 관련해 긴즈버그와 견해가 같은 대법관이 존 폴 스티븐스, 앤서니 케네디, 스티븐 브레이어, 데이비드 수터 등 네 명이 더 있다고 보도했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외국 판례 인용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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