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엔 하버드-컬럼비아-예일 '아이비리그'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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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 캐롤라인 박(왼쪽). 그는 프리스턴대 생물학과를 거쳐 컬럼비아대 의학대학원을 휴학 중이다. [캐롤라인 박 SNS]

한국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 캐롤라인 박(왼쪽). 그는 프리스턴대 생물학과를 거쳐 컬럼비아대 의학대학원을 휴학 중이다. [캐롤라인 박 SNS]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는 아이비리그 출신이 포함돼있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북동부 8개 명문대다. 하버드 출신 랜디 희수 그리핀(30), 컬럼비아대 의학대학원에 대학 중인 캐롤라인 박(29·한국명 박은정), 예일대에 진학 예정인 이진규(18·영어명 그레이스 리)다.

그리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둘 다 치과의사인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듀크대에서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했다. 하버드 시절부터 아이스하키를 잘했다.

한국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랜디 희수 그리핀. 그는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듀크대에서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했다. [사진 하키포토 임채우]

한국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랜디 희수 그리핀. 그는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듀크대에서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했다. [사진 하키포토 임채우]

미들네임에 어머니 이름 '희수'를 넣은 그리핀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기 위해 지난해 특별귀화했다. 최초의 하버드 출신 한국국가대표다. 등번호 37번은 1937년 외할머니가 태어난 해다. 몸이 편찮은 외할머니가 빙판 위에서 뛰는 손녀의 등번호를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머리색도 보라색으로 염색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랜디 희수 그리핀. [사진 랜디 그리핀 SNS]

여자아이스하키 랜디 희수 그리핀. [사진 랜디 그리핀 SNS]

그리핀은 엉덩이 부상을 당해 최근 몇주동안 'X'자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 1차전엔 3라인으로 출전할 전망이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 대학원생 캐롤라인 박(한국명 박은정)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합류를 위해 휴학한 뒤 2015년 귀화했다. 신인섭 기자

미국 컬럼비아 의대 대학원생 캐롤라인 박(한국명 박은정)은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합류를 위해 휴학한 뒤 2015년 귀화했다. 신인섭 기자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턴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캐롤라인 박(한국명 박은정·29)은 2007년 프리스턴대 생물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어릴 적 캐나다 TV 드라마에 출연했을 정도로 깜찍한 외모를 자랑한다. 스포츠브랜드 나이키와 감기약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2013년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도중 한국여자아이스대표팀 합류를 묻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 e메일을 받았다. "넌 코리언 캐네디언이 아니라 캐네디언 코리언"이란 아버지의 말을 듣고 병원에 사표를 냈다. 스틱 한자루 손에 든채 입국한 다음달 곧바로 대표팀 연습경기에 출전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박은정. [사진 하키포토 임채우]

여자아이스하키 박은정. [사진 하키포토 임채우]

2015년 특별귀화한 그는 그해 컬럼비아대 의학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올림픽을 위해 휴학했다. 지난해 3월 어깨 근막이 파열됐는데 수술까지 받고 대표팀에 다시 합류했다. 평창올림픽 기간 발목 인대가 늘어난 부상을 당했다. 포기하지 않고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단일팀 박종아(왼쪽, 9번)가 1-2 만회골을 넣고 이진규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단일팀 박종아(왼쪽, 9번)가 1-2 만회골을 넣고 이진규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콜로라도에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진규는 아이스하키 프렙 스쿨 섀턱 세인트 메리 스쿨 출신이다.

한국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 중 섀턱 세인트 메리 스쿨과 연습경기를 치렀는데, 세러 머리 한국 감독이 검은머리 소녀의 뛰어난 실력에 깜짝 놀랐다. 경기 후 이진규가 한국인 부모사이에서 태어난걸 알게된 머리 감독이 한국대표팀 합류를 요청했다.

예일대에 진학 예정인 이진규는 선천적 이중국적으로 지난해 대표팀에 가세했다. 빠른 스피드와 현란한 스틱 기술을 지는 그는 '주력라인'인 한국 1라인의 센터로 활약 중이다.

[경기 마친 단일팀 선수?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단일팀 선수들이 1-3으로 진 뒤 도열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경기 마친 단일팀 선수?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웨덴과 평가전을 가졌다. 단일팀 선수들이 1-3으로 진 뒤 도열하고 있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대한아이스하키 김정민 홍보팀장은 2013년부터 여자대표팀 전력강화를 위해 북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선수를 찾았다. 미국과 캐나다 대학에 대한민국 5대 성씨인 '김, 이, 박, 정, 최'씨가 있으면 무작정 한국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 합류를 묻는 e메일을 보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그런데 캐나다 여자대학 1부리그 윌프리드 로리에서 '임(Im)'씨가 있었다. 캐나다 교포 대넬 임(임진경)이었다. 협회로부터 연락받은 대넬 임은 한국에 있는 삼촌을 통해 확인과정을 거친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현재 평창올림픽 멤버다.

대넬 임이 소개시켜준 캐나다 교포가 박은정이다. 김정민 팀장은 박은정 어머니로부터 하버드대에 아이스하키를 잘하는 한국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랜디 그리핀을 데려왔다.

랜디 희수 그리핀·캐롤라인 박·이진규는 부모의 나라, 자신의 나라를 위해 뛴다. 이들은 10일 오후 9시10분 관동하키센터에서 스위스와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있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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