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옥상' 표절 논란 … 줄거리·에피소드 20년 전 할리우드 영화 닮은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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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6일 개봉한 영화 '방과 후 옥상'(감독 이석훈.사진)의 한 장면. 전학생 남궁달(봉태규)이 공문고교 '쌈짱' 재구(하석진)를 몰라보고 시비를 건다. 재구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 학교 옥상에서 대결하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안 나오면 죽는다. 도망쳐도 죽는다. 고자질해도 죽는다"라고 위협한다.

#1987년 나온 미국 영화 '세 시의 결투'(감독 필 조아누)의 한 장면. 위버고교 신문기자인 제리(캐시 시마즈코)가 실수로 깡패 전학생 버디(리처드 타이슨)를 건드린다. 버디는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 학교 주차장에서 대결하자고 말한다. 그러면서 "도망치면 끝내 쫓아갈 거고, 선생한테 가면 일만 어렵게 할 뿐이지. 집에 몰래 가도 쫓아갈 거다"라고 협박한다.

'방과 후 옥상'이 표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영화 '세 시의 결투'와 기본 설정 및 에피소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표절'이라는 네티즌의 글이 속속 오르고 있다.

두 영화는 2000년대 한국과 80년대 미국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12가지가 유사하다.

'방과 후…'는 10~20대 관객의 인기를 끌면서 흥행 상위권을 다투고 있으며, '세 시의…'는 89년 국내에서 비디오로 출시됐다.

'방과 후…'의 강민규 프로듀서는 "영화를 기획.촬영할 당시에는 '세 시의…'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다. 표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편집 단계에서야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고 영화를 구해 봤다. 부분적으로는 비슷한 점이 있어 놀라긴 했지만 이미 촬영이 끝난 상황에서 수정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에서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일본 만화 등을 참고로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 나오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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