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고…] '걸신 들린 아프칸 선수들…' 모욕적인 표현 꼭 써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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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8월 28일자 스포츠4면에 U대회에 참가한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에 관한 기사가 났다. 굶주림에 시달린 아프가니스탄 선수 두명이 게임은 뒷전이고, 음식에만 몰두해 둘 다 계체량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물론 충분히 흥미있고, 기사화 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제목으로 뽑은 '걸신 들린 아프간 선수들 먹고 또 먹고…계체량 탈락'이란 말은 문제가 있다.

'걸신 들린'이란 말은 먹는 것을 지나치게 탐하는 자들을 비하할 때 쓰는 상당히 모욕적인 말이다. 전쟁에 시달리던 가난한 나라 출신의 선수들이 그깟 음식 좀 먹었기로서니 그것이 그리 흠이 될 일인가. 우리도 불과 얼마 전까지 그러지 않았는가.

어쩌다 한 번 어렵게 외국의 대회에 나가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먹는 것마다 맛있고, 눈에 보이는 것마다 사서 가져가고 싶고, 얻어가고 싶은 그런 처지에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문성.부산시 해운대구 반여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