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건강피해 근로자 스스로 막는다|「노동과 건강연구회」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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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사회전반의 자율화 추세에 따라 현장근로자의 건강과 안전대책을 체계적으로 수립, 대처해나가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실효 없이 노동투쟁의 전시적 수단으로만 쓰여왔던 현장근로자들의 산업재해나 건강피해에 대해 학술적인 연구와 조사, 노동현장 환경 및 피해실태파악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권익을 찾자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중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26일 발족한 노동과 건강연구회(대표 양길승·박남수).
기존의 모임들이 단편적으로 근로자들을 구제하는 것과 달리 노건연은 관련전문가들과 현장근로자들이 긴밀한 연계를 맺어 근로자들이 당할 산업재해와 건강피해를 다각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의사·약사·간호사·노동문제상담원·법률상담원 등 분야별 전문가 53명이 산업재해노연·서울노연 등의 근로자조직과 연계해 운영하는 이 모임은 작년 10월부터 사전모임을 가져 최근에 그간의 연구사례인 산업보건자료집을 낸바 있다.
양길승 대표(의사)는 『산업체 현장근로자들이 스스로 권익을 찾으려해도 상세한 피해원인과 실태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권리주장에 설득력이 없고 의료전문인들 입장에서도 이들을 도울 구체적인 근거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면서 『이 두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충족시키고 산업재해 및 근로자 건강보호풍토를 장기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노건연이 중점적으로 해나가려는 사업은 각 공단, 세부적으로는 각종 산업체가 안고있는 산업환경상의 문제점들을 도출하고 그것을 토대로 재해 및 건강피해대책수립, 그리고 사용자에 대한 대응구상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1차로 금년 안에 서울 구로공단의 각 사업장 실태조사에 들어갈 예정.
이 조사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행되는 것으로 우선 현장근로자들로 하여금 근무현장의 각종생산공정·사용재료 및 화공약품종류 등을 파악케 하고 의사·산업장 간호사·상담요원들은 이들이 노출돼있는 건강 또는 재해위험도 및 실제피해조사 등을 담당해 이들을 합쳐 구로공단의 산업재해와 건강피해방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단별 실태조사는 앞으로 귀미·창원 등의 지방공단으로 확산돼 전국을 커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전문인·상담요원·현장근로자 모두가 현재로서는 이 분야에 대해 피상적 상식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스스로의 교육·홍보에 역점을 두고있다.
4월말부터 뉴스레터형식의 월간매체를 발간, 공단지역에 배포해 이들이 유해물질의 독성과 작업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한편 실태조사요원으로서의 자질도 높일 예정.
또 분기별로 산업보건강좌도 개최할 방침인데 1회 강좌를 5월 중순 구로공단에서 가질 계획이다.
노건연과 비슷한 활동을 펴고있는 모임으로는 경인지구 소 진료소 연합, 광주지역의 청록회(대표 전홍삼)가 있다.
소 진료소 연합은 당초 경인지역의 의사·한의사·약사·간호사들이 모여 빈민지역주민·영세공장근로자들의 무료진료사업을 펴오다가 최근에 본격적인 현장근로자의 건강보호운동에 참여하게 된 것.
청록회는 본래 공해반대모임으로 출발했지만 최근 근로자들의 건강보호에 관심을 가져 호남지역에서 활동을 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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