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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매각 좌초 위기 … 인수 결렬이냐, 가격 재협상이냐

중앙일보

입력

9년 만에 성사 직전까지 갔던 대우건설 매각이 또다시 좌초 위기에 몰렸다. 입찰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부실이 튀어나오면서다. 관련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호반건설은 8일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회사의 최종 입장을 통보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모로코 사업 부실 드러나 #4분기 해외사업 손실 3000억원 추가 #호반건설 당혹, 인수 철회 검토 #오늘 산은에 호반 최종 입장 통보 예정

호반건설 관계자는 “7일 오후 산은과 만나 대우건설의 모로코 사업 손실 문제를 놓고 장시간 회의를 했다”며 “오늘 중에 호반건설의 공식 입장을 산은 쪽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과의 회의 결과를 경영진에 보고했는데 현재 분위기는 인수를 철회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과 호반건설 본사

대우건설과 호반건설 본사

문제가 불거진 것은 대우건설의 모로코 복합화력발전소 사업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다시 제작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이 때문에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던 대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4000억원 남짓으로 줄게 됐다. 특히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손실이 855억원이었는데, 이번 모로코 건이 더해지면서 손실 규모는 연간 4225어원으로 급증했다. 산업은행은 이런 사실을 7일에서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은 이를 알고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예비 실사 과정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을 보고 인수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호반은 해외 사업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향후 어떤 부실이 또 튀어나올지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이달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호반이 인수를 포기할지, 아니면 본 실사에 앞서 인수 가격을 내리는 협상에 들어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반건설과 산업은행이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라 매각이 결렬돼도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IB(투자은행) 업계의 얘기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늘 중에 호반 측 최종 입장을 받아보고 산은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한 바 있다. 호반건설이 전체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 지분 50.75%(2억1100만 주) 중 40%(1억6600만 주)만 우선 사들이고, 나머지 10.75%(4500만 주)는 2년 뒤 매입하는 분할인수 방식으로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매각가격은 약 1조6000억원(주당 77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호반건설은 2월 중 정밀 실사를 거쳐 4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7월께 매각 절차를 끝낼 계획이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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