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받게 해주면 같이 잘래?" 지방의원들 미투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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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들도 미투…"가해자는 처벌받지 않고 여전히 활동"

지난 1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흰 장미를 달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흰 장미를 달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최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문 폭로 이후 확산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지방의원들도 동참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공개·변화 촉구하는 미투 #대구 수성구의원·전 경북도의원 동참 #"용기내서 미투 동참한 사람들 응원" #

최윤희 전 경북도의원은 7일 메일을 통해 "도의원 시절 옆으로 지나갈 때마다 엉덩이와 가슴을 만졌던 동료의원이 있었다. 참다못해 어느 날 어떤 남자가 네 집사람에게 이런 짓을 하면 지금처럼 시시덕거리며 좋아하겠냐고 물었지만 바뀌지 않았다"며 성추행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최 전 도의원은 2006~2010년 제8대 경북도의원(비례)으로 활동했다.

최 전 도의원에 따르면 사건 당시 주위에 많은 이들이 보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말리려 하지 않았다. 그는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게 더 수치스러웠다. 어느 간 큰 남자는 공천 받게 해주면 같이 자겠느냐, 데이트해주겠냐고 노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며 미투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 대구서 미투 운동에 나선 정애향 수성구 의원도 이날 "가해자와 계속 마주치는 게 고통스럽다"며 "4개월 전 사건으로 이렇게 힘든데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 검사는 8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말했다.

정 구의원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수성구 의원 연수 중 성추행을 당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술에 취한 동료 구의원이 정 의원을 창문 쪽으로 밀어붙인 뒤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거기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몸 한번 보자"는 등의 성추행적 발언을 했으며 정 구의원의 객실에 진입을 시도했다.

정 구의원은 "검찰 수사가 4개월째 제자리다. 구의회에서는 윤리위원회까지 열어 해당 의원 제명안에 대해 투표를 했지만 8명 찬성, 8명 반대, 3명 기권으로 무산됐다. 나는 아직도 지역 행사에 가면 그 구의원을 본다. 용기내서 미투 동참한 사람들 응원한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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