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佛 남녀불문 단기징병제 강행 “갈수록 개인주의 심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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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 청년들의 자아실현과 연대감 고취를 위해 단기징병제를 반드시 추진하겠다 밝혔다. [중앙포토ㆍ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 청년들의 자아실현과 연대감 고취를 위해 단기징병제를 반드시 추진하겠다 밝혔다. [중앙포토ㆍ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각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만 18세 이상 청년들이 의무적으로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는 단기징병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청년들의 자아실현과 연대감 고취를 위해 단기징병제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5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4월까지 단기 징병제를 시행하는 구체적인 밑그림을 내놓을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로 프랑스가 추진하는 단기징병제는 완전한 형태의 징집제가 아니라 한 달간 청년들을 입대시켜 기초적인 군사교육을 받게 하는 일종의 집체교육 형태다. 매년 60만명에 달하는 남녀가 한 달간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 궁에서 열린 신입 국가공무원 선서식에서 단기징병제 실시에 대해 “이제는 우리 젊은 세대에게 타인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자아실현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국가적 연대감의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말할 시점”이라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4월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필요하면 헌법 개정에 나설 준비도 돼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국방부도 “출신 배경, 성별의 차이를 뛰어넘어 한 세대가 동일한 경험을 쌓게 되므로 국가적인 응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며, 유사시 병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제지 레제코에 따르면 총리실이 지난해 9월 의뢰한 용역연구에서 단기징병제를 시행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이 연 24억∼30억 유로(약 4조원)로 추산됐다. 이는 초기 투자비용을 제외한 것으로, 방학 기간에 징집된 청년들을 집단수용할 시설을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연간 소요 예산은 32억∼54억 유로(약 7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 5명은 “어떤 시나리오로 단기징집제를 실시해도 연간 약 12만개의 학교와 22만 6000여개의 기숙사가 필요하다”면서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의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하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프랑스 정부는 군사훈련 시설을 만들지 않고 방학 때 중ㆍ고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훈련을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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