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28, 광주 5·18 반열 올랐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 있는 228 학생의거 기념탑. [김정석 기자]

대구시민들이 즐겨 찾는 달서구 두류공원. 이 공원 한가운데엔 10여m 높이의 탑 2개가 우뚝 서 있다.

이승만 독재에 저항한 학생운동 #전국으로 번져 4·19혁명 도화선 #최근 5번째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노래비 등 다양한 기념행사 준비

‘2·28 학생의거 기념탑’이다. 중구 명덕네거리에 있던 것을 1990년 2월에 옮겼으니 벌써 2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문에는 ‘분연히 교문들을 박차고 일제 뛰쳐나와 몰려드는 경찰의 빗발 같은 철권과 발길에도 무릅쓰고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학원을 정치도구화 하지 말라 소리소리 외치며 온 거리를 메워 묻었으니 이날이 1960년 2월 28일이더라’고 적혀 있다.

60년 2월 28일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대구시는 공원 한가운데 높다란 탑을 세우고 이날을 기념하는 걸까.

2월28일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패에 맞서 학생들이 거리에 나와 항거했던 날이다. ‘2·28 민주운동 기념일’이다.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이승만 정 권의 독재에 대항해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기념해 세워진 탑이다. [사진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2·28 민주운동 기념일이 최근 국가기념일이 됐다.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28 민주운동을 국가기념일로 정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마산 3·15 의거, 4·19 혁명, 광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에 이어 다섯 번째 국가기념일 지정이다.

2·28 민주운동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지금껏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2·28 민주운동도 재조명 될 것으로 보인다.

2·28 민주운동은 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어났다. 당시 정부는 대구 수성못에서 열리는 야당 부통령 후보 장면 박사의 연설회에 고등학생들을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요일 등교를 지시했다. 이에 저항한 고등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에 나섰다.

당시 경북고와 대구고 학생들은 학교에 모여 자유당 정권의 불법과 부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어 학교를 빠져나와 중앙로를 거쳐 경북도청과 대구시청, 자유당 경북도 당사, 경북지사 관사 등을 돌며 규탄 시위를 했다.

대구에서 시작된 학생운동은 들불처럼 번져나갔고 3·15 의거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돼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는 계기가 됐다. 대구 학생들의 시위가 불씨가 돼 그동안 이승만 정권에 쌓였던 국민들의 분노가 전국에서 표출되면서다.

대구 곳곳에는 2·28 민주운동을 기념하는 장소들이 조성돼 있다. 2003년 조성된 중구 ‘2·28기념 중앙공원’이 대표적이다. 중구 반월당 삼성생명 앞 인도에는 2·28 민주운동 당시 반월당에 모인 학생들을 새긴 ‘2·28 민주운동 집결지 표지판’이 있다.

또 2013년 중구 명덕초 인근에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이 문을 열기도 했다. 민주운동을 이끈 경북고와 대구고 안에도 기념공간이 조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4월 16일 대구 2·28 기념탑을 참배하는 것으로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올해 2월 28일 치러지는 기념식은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성대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2·28 민주운동이 시작된 중구 반월당에선 횃불 거리 행진이 펼쳐진다. 이날 2·28기념중앙공원 안에는 높이 1.8m의 ‘2.28찬가 노래비’가 세워진다. 21~28일 8일간은 ‘대구시민주간’으로 진행된다.

노동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공동의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화 운동인 2·28 민주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기쁘다”며 “이를 계기로 독재와 독단의 반대 개념인 민주주의 정신을 되돌아보고 오늘날 우리사회 만연한 대립과 반목을 민주주의로서 걷어낼 수 있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