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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만큼 커진 앱 마켓 … 한국인들 1년에 7조 이상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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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앱 마켓을 출시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양대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쥔 모바일 거물들은 앱 마켓을 무기로 모바일 시장을 장악해 앱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구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입점한 앱 개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350만개를 넘어섰다. 2009년 12월만 해도 구글플레이 스토어(당시 안드로이드마켓) 입점 앱은 1만6000개였다. 10년 사이 220배 가량 성장했다. 애플 역시 지난해 7월 기준 앱스토어 입점 앱이 220만개로, 10년 전(3000개)보다 60배 이상 커졌다.

모바일 시장 주무르는 구글·애플

월 사용자 2900만 명, 네이버보다 많아

글로벌 앱 분석업체 ‘앱애니’ 조사에선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앱 다운로드 횟수가 총 1750억 회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양대 앱 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지출한 비용은 지난 1년간 860억 달러(약 93조4400억원)로 2년 전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게임 앱 내 결제가 활발한 한국은 구글플레이에서 소비자 지출 금액이 세계 3위, 앱스토어에선 세계 5위로 나타났다.

이처럼 앱 기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앱 마켓의 영향력도 커졌다. 앱 소비의 시작점이 되는 일종의 ‘모바일 포털’로 진화하는 추세다. PC시대에 인터넷 관문 역할을 하던 포털 사이트의 역할을 이젠 앱 마켓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OS의 모바일OS 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는 국내에선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앱 마켓

앱 마켓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월 사용자 수는 2919만명으로 나타났다. 메시지 앱(2964만명), 카카오톡(2931만명)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국내 1위 포털·검색인 네이버 앱(2176만명)보다 사용자가 더 많았다.

수백만 종의 앱을 36개 카테고리로 세분화해 보여주는 구글플레이 스토어는 카테고리별 매출·인기 등 기준에 따라 앱 순위를 보여준다. ‘맞춤 추천’ 코너에선 사용자의 평소 모바일 앱 사용 패턴에 따라 관련 있는 앱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지난해 7월부터는 에디터 추천 섹션도 추가했다. 구글 소속의 에디터들이 ‘집까지 찾아오는 편리한 스마트 라이프 앱’, ‘초보자도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동영상 편집 앱’ 등 주제별로 주요 앱 5종을 추천 이유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앱 마켓서 추천하는 앱 골라쓰는 시대

애플도 앱스토어에서 추천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업데이트된 iOS11부터 ‘투데이’ 코너를 신설해 ‘오늘의 앱’, ‘오늘의 게임’ 등 애플이 고른 좋은 앱 리스트가 나온다.

이런 추천에 따라 개별 앱 개발사들의 성공이 좌우되기도 한다. 알람 앱 ‘알람몬’을 서비스하는 말랑스튜디오의 김영호 대표는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메인 화면에 소개된 이후에 27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현재 해외 비중이 70%를 차지한다”며 “우리가 대만에서 진행한 프로모션을 눈여겨봤던 구글이 우리 앱을 글로벌 구글플레이에 노출해주면서 다른 국가 진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앱 마켓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속앓이하는 개발사들도 있다. 앱 마켓들은 게임 내 유료 아이템을 살 때 앱 마켓을 통해서 결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게임 앱 내에서 아이템을 구매한 후 환불을 요청하는 소비자들에게 첫 요청에 한해 환불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이런 환불 내역을 개발사에게 공유해주지 않아 개발사들이 게임 아이템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환불받고도 게임 아이템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점을 악용해 환불을 대행해주고 환불액의 20~30%를 받아가는 대행업체까지 생겨났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개발사 관계자는 “소비자 환불 내역을 공유해주면 해결될 문제인데, 수년 째 얘기해도 애플이 꼼짝하지 않는다”며 “앱 마켓 운영의 룰을 정하는 애플에 잘 보여야 하는 입장에서 애플에 항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구글·애플의 양대 앱스토어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쓰는 돈은 매년 수조 단위에 달한다. 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앱 마켓 시장의 61.2%를 차지하는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이 5조3300억원대로 추정된다. 올해는 6조~7조원대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 통신 3사와 네이버의 기존 앱스토어를 합쳐 만든 원스토어는 애플(21.7%)에 이은 13.5%에 불과하다.

구글·애플 국내 시장 점유율 82.9%

구글·애플 두 곳을 합치면 국내 점유율이 82.9%에 달한다. 소비자가 앱 구매나 앱 내 결제로 쓰는 돈의 70%는 앱 개발사로 가지만 나머지 30%는 앱 마켓이 가져간다. 구글과 애플은 이 수수료 중 절반(결제액의 15%)을 국내 이동통신사에 지급하고, 나머지 15%를 플랫폼 운영 명목으로 가져간다. 한국의 경우 이 15% 수익은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로 이전된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전무는 “구글의 수익은 글로벌 플랫폼인 앱 마켓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앱 개발 생태계를 키우기 위한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확한 앱 마켓 수익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1월부터 구글은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구독형 콘텐트 앱의 경우 소비자가 1년 이상 유료 구독을 유지한 경우 거래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인하했다. 애플은 앞서 2016년부터 이런 구독형 콘텐트에 대해 15%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수수료 15% 받는 만큼 국내 과세해야”

이에 대해 IT 산업계에선 국내 앱 거래액의 90% 이상이 게임에서 발생하고, 게임은 구독보다는 아이템 구매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할인이 국내 앱 마켓 거래액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글로벌 앱 마켓 덕분에 중소 개발사들이 해외 진출의 기회가 열린 것은 맞지만 앱 마켓 거래 규모가 매년 급증하는데도 과세를 못하고 있다”며 “10년간 커진 앱 생태계에서 국내 기업들은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다”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인터넷기업협회는 오는 8일 국회에서 인터넷 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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