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간당 300원, 라면 300원’ 아주대 앞 PC방 직접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경기 수원시 아주대 정문 앞 아주로는 요즘 ‘PC방 요금 전쟁’ 중이다. 동일 건물 5층과 2층에 자리 잡은 PC방 2곳이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싸움으로 인근 중소 업소들도 손님이 30% 이상 줄어드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아주로를 사이에 둔 중소 PC방들의 시간당 요금은 40분에 1000원, 1시간에 500원 등 천차만별인데, 이곳 5층 업소의 요금은 ‘시간당 300원, 라면 300원’이다. 파격적인 가격이다. 유료게임비도 포함된 금액이라 무료에 가깝다.

두 업소의 갈등이 소셜미디어에서 소문이 나자 멀리서 버스를 타고 아침부터 오는 손님들로 이 매장은 장사진을 이룬다. 이를 두고 주변의 한 PC방 업주는 “(손님들은) 돈 벌어가는 것”이란 표현까지 썼다. 일단 5층 매장에 올라왔다가 자리가 없으면 2층 PC방이나 다른 PC방으로 가는 식이다. 지난 1일 두 업소를 둘러본 결과 두 곳 다 빈 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인 A PC방 업주는 아주대 앞 아주로 대로변 7층 상가 건물의 5층에서 2016년 하반기부터 영업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A PC방 업주는 B PC방이 동일 건물 2층에 개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PC방 업주는 한 건물에 같은 업종이다 보니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어 인수ㆍ교환ㆍ수익 배분 등의 동업 협상을 의논했다. 동업의 대상은 A PC방 업주가 운영하는 PC방 3곳과 B PC방 업주가 운영하던 2곳, 총 5곳이었다. 그러나 협상이 깨졌다. A PC방 업주는 “매장 운영을 논의하던 중 B PC방 업주가 갑자기 연락을 끊고 2층 매장을 오픈한 뒤 무료쿠폰 이벤트 등을 열더라”라고 어이없어 했다. 반면 B PC방 업주는 “조건이 안 맞아서 계약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형 프랜차이즈인 A PC방이 횡포를 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주로를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PC방 업주들은 이들의 싸움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주보다 손님이 확 줄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던 또 다른 인근 PC방 업주는 “(A PC방 사장이) 밑지고 하는 장사인 걸 알아서 뭐라고 할 수도 없다”며 “하루빨리 이들의 싸움이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건너편에 다른 PC방 업주는 “최저임금이 오른 상태에 손님까지 줄어서 아르바이트생을 써야하는데도 못쓰고 있다”며 “소형 매장들 중에는 문닫는 매장이 분명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한영혜 기자ㆍ영상 안지혜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