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민주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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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김영삼 전 민주당 총재는 27일 상오 보도진들의 기자회견 요청에 응했으나 민주당의 제2야당 화를 비롯, 13대 총선 결과와 그를 바탕으로 한 앞으로의 정국전개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부산서구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것은 국가에 마지막으로 봉사하기 위해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반 독재 투쟁과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쳐 오면서 장기 연금·미행 등 온갖 수모에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선거결과에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는다. 다시 시작할 것이다.』
김 전 총재는 어금니를 꽉 문 채『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비록 민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지는 못했으나 사회정의와 진실, 그리고 후세를 위해 민정당 정권의 엄청난 폭력·금품공세·흑색선전은 철저하게 조사되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재출발의 기점을 부정선거 규명에 두었다.
-서울지역에서 김명윤 총재대행이 고전하는 등 민주당 중진의 대거낙선은 김 전 총재의 부산출마로 인해 지원이 소홀했기 때문이 아닌가.
『그 점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특히 김 대행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나섰는데….』
-이번의 총선 결과가 대통령선거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득표 율은 많으면서도 지역별로 2등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의석으로 연결되지 못한 점으로 보아 결국 민주당의 입장으로는 소선거구제 채택이 잘못된 것 아닌가.
『어차피 소선거구제를 하는 것이 옳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결과와 같이 세 야당에 비교적 고른 표가 나온 것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야당의 구조 재편 및 통합을 또 다시 어렵게 할 것으로 보지 않는지.
『야당통합 문제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겠다.』
-평민당이 득표 율에 비해 민주당보다 의석이 많이 나왔는데….
『별로 논평하고 싶지는 않다. 민정당이 엄청난 부정으로 민주당을 철저하게 견제했기 때문이다. 공명선거만 했다면 2위의 근소한 차이는 사실 전부 당선된 것이다.』
김 전 총재는『이번 총 선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당이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해 민정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기반이 생기게 됐다』며 15분간의 회견을 서둘러 끝냈는데『무소속의 민주당 입당을 적극 환영한다』고 말해 야당통합문제가 급한 일이 아니라는 인상을 풍겼다. <부산=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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