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신용평가 앱' 출시 하루만에 중단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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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의 텐센트 본사 로비. 텐센트는 바이두·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정보기술(IT)업체로 꼽힌다.  [중앙포토]

중국 선전의 텐센트 본사 로비. 텐센트는 바이두·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정보기술(IT)업체로 꼽힌다. [중앙포토]

중국 인민은행이 자국 IT 기업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규제하고 나섰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규제 대상 기업은 현지서 ‘IT 공룡’으로 꼽히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다.
이들 기업이 개발한 신용평가 시스템은 개인 신용도·보안·재산·소비·사회 연결망 등 다섯 가지 항목을 근거로 앱 이용자의 신용도를 점수 매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의 정치성향까지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불거졌었다.

중국 당국이 개발 허용한 텐센트 앱의 신용평가 시스템은 개인 신용 점수화 #인민은행 “자체 출시할 신용 시스템에 영향 미칠까 중단 지시” #앱 이용자 온라인 활동 들여다볼 수 있어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F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국 인민은행은 텐센트의 앱인 위챗에 부착된 신용평가 시스템인 ‘텐센트 크레디트(Tencent Credit)’에 서비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시스템 출시 하루만이다. 이와 관련해 인민은행 관계자는 “인민은행이 자체 출시할 신용평가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해 중단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민은행 [사진 중앙일보 차이나랩]

중국인민은행 [사진 중앙일보 차이나랩]

이 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텐센트 등의 신용 평가 시스템이 고위험투자상품 등을 판매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고 덧붙였다고 F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텐센트 측은 “현재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014년 중국 정부는 “사회적 신용 평가 시스템을 2020년까지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텐센트를 포함한 8개 기업에 이 시스템 개발을 허용했고, 이용자의 인터넷 기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후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위챗페이와 즈푸바오(알리페이)에 부착될 신용 평가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약 4년만에 이들 기업이 개발한 신용평가 시스템은 앱 이용자의 전자상거래 실적과 대출 상환 기록 등을 빅데이터로 구축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신용 평가 시스템의 주요 특징은 앱 이용자가 이용 실적에 따라 신용 점수를 부여받는다는 점이다. 점수가 매겨지는 항목은 신용도·보안·재산·소비·사회 연결망 등 다섯 가지다.
신용 점수 구간은 300~850점.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앱 이용자는 편리한 현금 대출 서비스·자전거 무료 대여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최근에 논란이 불거진 평가 항목은 ‘사회 연결망’이다. 이 항목에 앱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온라인 활동 내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몇몇 외신은 “민간 기업이 개인 정보를 과하게 수집한다”고 우려를 제기했었다.

SCMP는 사설을 통해 “만약 앱 이용자가 중국 정부가 예의주시하는 인권운동가와 온라인 교류를 하면 신용 점수가 깎일 것이다. 또 이 점수가 낮으면 운전면허 발급마저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엔 모든 이가 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가족과 친구까지 단속하는 식으로 중국 공산당에 순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진형 기자, 이동규 인턴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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