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만원 받고 떠나라”…이스라엘, 아프리카 이주민 추방령

중앙일보

입력

이스라엘 정부가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추방작업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대인 사회 내에서도 인권 침해라며 추방령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인종차별적인 이민정책을 닮아간다는 말까지 나온다.

추방령 싸고 네타냐후 총리와 조지 소로스 대립 # “소로스가 난민 지원”vs“인권 위해 추방 반대” # 수단 등 아프리카출신 이주민 추방 작업 개시 # 1차 추방은 남성 2만명, 총 3만9000명 대상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유대인으로 미국의 거물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난민이 박해 받거나 살해 당할 수 있는 곳으로 추방해선 안된다”며 추방령을 반대하고 나섰다. 소로스는 국제적으로 난민 인권운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들을 후원해왔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소로스가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 등은 “정부가 수단과 에리트레아 출신의 이주민과 난민들에게 ‘추방 안내문’을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내문은 ‘향후 60일 이내에 이스라엘을 떠나지 않으면 무기한 구금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1차로 안내문을 받는 대상은 수단과 에리트레아 출신 난민 중 자녀가 없는 남성 2만명이다. 전체 대상자는 3만9000명에 달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르완다로 이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13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국경에 울타리가 세워지기 전에 넘어온 사람들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3개월 이내에 자진해서 떠날 경우 1인당 최고 3500달러(약 373만원)를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AP=연합뉴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AP=연합뉴스]

AP통신 등은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국가로 난민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작은 나라라는 것이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이다”며 “특히 폭력 등의 범죄에 이주민이 많이 연루돼 있다는 것을 들어 추방령을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 “아프리카 이주민은 국가의 재앙이며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최대 규모의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 등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아프리카인 추방을 철회하라”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스라엘 엘알항공사 소속 조종사 3명은 정부의 강제추방 계획에 반대하는 글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올렸다. 이들은 “생존을 할 수 없는 곳으로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돌려보내는 일을 조종사로서, 인간으로서 할 수 없다”고 썼다.

이들 조종사의 글은 수백 차례 이상 공유됐으며 이들을 지지하는 댓글도 쏟아졌다. 유대교 율법학자인 라비 90여 명도 정부에 서한을 보내 “아프리카 난민 추방은 잔인한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유대인들이 나라를 잃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정부는 단호하다. 그는 “아프리카 난민 추방을 반대하는 세력의 배후에는 미국의 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회의에서 “소로스가 난민 추방 반대운동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 기간 동안 200만명이 추방됐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