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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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무개 장관, 장관은 최근 상처를 하고 처제와 어떻다는 세간의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오?』『의원님 말씀은 잘 알아듣고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만 실은 본인에겐 처제가 없습니다. 이때 의석에선『거짓말 말아요.』『진상 보고해요』『국정감사권을 발동합시다.』『옳소!』『우우…』하는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의장은 정회를 선포하고 각 당 원내 총무들을 불러 들였다.
어느 날도 국회는 시끄러웠다. 한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사업이 부진한 책임을 장관에게 캐묻고 있었다.
『아무개 장관은 도대체 본인의 선거구에서 1년에 몇 차례나 오줌을 누는지 솔직히 말하시오』자기 지역을 둘러보지도 않는다는 핀잔이었다. 이 질문을 받은 장관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대꾸했다.
『실은 그 동안 올림픽준비도 있고 해서 두 번 밖에 못 누었습니다. 앞으로는 될수록 자주 의 원님의 선거구에 들러서 오줌을 누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의사당 한구석은 웃음판이 되었지만 당사자들의 태도가 너무도 단호해 주위는 긴장된 분위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한쪽에선『에이, 냄새나서 못 앉아 있겠군』하고 일어나는 의원도 몇 있었다.
하루는 마침 예산을 심의하고 있었다. 지역구 예산을 이웃 지역에 빼앗긴 어느 의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아무개 장관과 마누라×과 그 안팎 친척××들의 농간과 분탕질로 그렇게 된 것 아니오? (××한 건 좀 지나쳤나…)』
『잘한다, 시원하다. 더 해라.』『집어 치워라.』『저 ×은 사쿠라다.』
의사당은 벌집을 건드린 듯 왕왕 거렸다. 의장은 할 수없이 정회를 선포하고 또 원내총무를 불러 올렸다. 그 사이에 방청석에 있던 지역구 주민들은『집어 치워라. 내려와라. 아무개 죽여라』하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의장은 더 이상 의사진행이 어렵다고 생각되었다. 예산심의는 다음날로 미루어지고 국회는 그만 산회하고 말았다.
요즘의 선거꼬락서니를 보면 다음 국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흑색국회나 되지 말아야 할텐데, 유권자들이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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