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소형 핵 가졌다 뻐기고 주민의 배 곯게 하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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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얼굴) 미국 대통령이 16일 북한에 대한 혐오감을 다시 한번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북한을 이란.시리아.쿠바.벨로루시.미얀마.짐바브웨와 함께 '폭정(tyranny)국가'로 규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 7개 나라의 국민은 매일같이 폭정에 시달리고 있다"며 "미국의 목표는 이런 폭정을 종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을 이룰 NSS보고서엔 북한의 핵.인권.위폐 문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시각이 잘 나타나 있다. 다음은 북한에 대한 그의 평가를 요약한 것이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뻐기고 있으며(boasting), 은밀히 핵 개발을 진행하면서 국제적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 심각한 핵 확산으로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이중적이고 불성실한 협상을 해 온 고약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을 이간질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등 동아태 지역의 핵심 파트너들과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 참가국들과 함께 북한이 지난해 9월 19일 서명한 공동성명을 이행하도록 계속 압박해 나갈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달러화를 위조하고, 마약 거래와 그 밖의 불법 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은 또 주민을 잔혹하게 대하고 있으며(brutalizes people), 주민의 배를 곯게 하고 있다. 북한은 체제를 개방하고 주민에게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나쁜 행위에 맞서 우리의 국가적.경제적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할 것이다."

◆ 6자 회담 틀은 계속 유지='모든 필요한 조치'는 부시 대통령이 미국에 '최대 위협'이라고 규정한 이란을 경고하면서 쓴 용어다.

그래서 미국의'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원칙이 이란뿐 아니라 북한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인지 관심을 끌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란을 겨냥해선'대결(confrontation)'이란 표현을 썼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그린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선 일단 6자회담의 틀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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