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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성장산업 '홍보맨' 나선 文 대통령 "현장 방문 컨셉트를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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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쇄빙 LNG 수송선, 12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 공항, 세계 최대 태양광 산업 공장, 세계 최초의 수소 전기 상용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에서 신형 수소자율차 조수석에 착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에서 신형 수소자율차 조수석에 착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각각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 한화큐셀 진천 공장, 현대자동차의 수소 전기 자율주행차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공통점은 신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산업 현장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잇따라 방문한 현장이라는 점이다.

文 대통령 “현장 방문 컨셉트 바꿔달라”

지난해 말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핵심 참모진들은 취임 첫해를 돌아보면서 집권 2년 차의 행보에 대한 ‘큰 그림’을 구상하는 회의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현장 방문의 컨셉트’를 바꿔 달라는 주문을 했다.

청와대 핵심 당국자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주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돌아보면 취임 첫해에는 적폐청산이나 갈등 문제 등 당장 챙겨야 할 현안들이 워낙 많다 보니 현장 방문도 과거 선거운동을 할 때처럼 마치 ‘표’를 얻기 위한 행보를 했던 것 같다. 새해에는 내가 현장에 가서 홍보해서 우리가 잘하는 것들을 국민께 제대로 알릴 수 있고, 국민께서 잘 모르고 있는 제도 등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만한 것들을 위주로 동선을 짜줬으면 좋겠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인수위 없이 임기가 바로 시작되다 보니 대통령의 메시지를 비롯한 동선에서 과거 야당 시절이나 선거 캠페인 때 익숙했던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적폐청산과 관련 있는 외부 행사나 세월호ㆍ가습기 피해자 초청 행사 등에 초점이 맞춰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워 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소방관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후 간담회장으로 이동중 화재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소방관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워 7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용산소방서를 방문, 소방관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후 간담회장으로 이동중 화재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소방관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오후 건강보험보장강화 현장 방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투병중인 검사를 희망하는 이경엽(오른쪽), 작곡가를 희망하는 배권환(왼쪽) 군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오후 건강보험보장강화 현장 방문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투병중인 검사를 희망하는 이경엽(오른쪽), 작곡가를 희망하는 배권환(왼쪽) 군의 손을 잡고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는 “문 대통령의 요청은 앞으로는 그런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며 “이는 올해 국정운영 목표로 제시한 ‘내 삶이 달라집니다’라는 말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文 대통령의 일관된 메시지와 달라진 표정

새해가 막 시작된 지난달 3일. 문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만든 쇄빙 LNG선 조타실에서 뱃고동을 울렸다. 활짝 웃는 표정을 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쇄빙 LNG선 조타실에서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쇄빙 LNG선 조타실에서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야말 5호선’ 후미 갑판에서 “세계 최초, 최고의 쇄빙 LNG 운반선 위에 올라 자긍심을 가득 느끼고 있다”며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우리 조선산업이 이룬 쾌거이고, 동시에 기업인과 노동자, 조선산업 종사자 모든 분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조선산업의 기술 수준과 개척정신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진 우리 조선 산업의 저력을 믿는다”며 “이 힘든 시기만 잘 이겨낸다면, 우리가 다시 조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격려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 개장식에서 “인천공항에 12년 연속 세계공항서비스평가 1위라는 금자탑이 돌아왔다. 공항평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라며 “인천공항이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 운영서비스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것을 제안한다. 인천공항이 공항운영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수출 분야를 개척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3년까지 연간 1억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 확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은 주로 5ㆍ18 기념식 등 정치색이 있는 행사나 비정규직 해결 촉구를 위한 방문, 미세먼지에 대한 고충을 확인하기 위한 초등학교 방문 등에 나섰다.

취임 직후이던 지난해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취임 직후이던 지난해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는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혁신성장과 대기업 방문

올들어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충북 진천에 있는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개별 대기업을 방문한 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해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 시찰을 하며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해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 시찰을 하며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업어드리고 싶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자리와 먹거리를 만들려 한다면, 일자리를 나누고자 한다면 어디라도 못 갈 곳이 없다”며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를 놓고 ‘반기업’이라고 우려를 표하는 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2일에는 현대차가 만든 수소 전기 자율주행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대통령 경호처에서 안전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직접 타봐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차량에 탑승해서는 수소차의 작동 원리와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 수소 충전소 설치 현황 등을 꼼꼼하게 물었다. “자율주행차는 차량뿐 아니라 도로와도 통신이 필요하지요?”, “너무 조용해서 약간 소리를 넣어야 되겠어요” 등의 질문과 소감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일 오전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에 올라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에는 청와대 관계자 및 이진우 현대자동차 상무(자율차 개발팀장), 자동차 영재인 김건 어린이도 함께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일 오전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에 올라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에는 청와대 관계자 및 이진우 현대자동차 상무(자율차 개발팀장), 자동차 영재인 김건 어린이도 함께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대부분 보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현장 방문에서 현대차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이와 관련한 ‘깨알 질문’을 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홍보' 역할을 자처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인들을 초청한 간담회에선 “자동차산업 발전위원회를 정부 관련 부처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민간기업도 다 참여하는 범국가적인 위원회로 구성해달라”며 “초소형 전기차 규제나 보조금 혜택 문제 등에 대해 정부가 특별히 관심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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