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특화' 검사 7명 투입된 진상조사단, 女검사 6명에 男검사 1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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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닻 올린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   

‘검찰 내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피해 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동부지검장)’이 4일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시작했다. 서 검사가 지난달 26일 이 사건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지 9일 만이다. 서 검사는 이날 오전 진상조사단이 꾸려진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성추행 피해 주장과 그 이후 인사불이익에 대한 의혹 등 서 검사가 제기하는 모든 문제와 관련된 진술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진상조사단 출범의 기폭제 역할을 한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진상조사단 출범의 기폭제 역할을 한 서지현 검사.

우선 조사단은 서 검사가 폭로한 2010년 장례식장에서의 성추행 사건의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서 검사가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과 사건 은폐자로 거론된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조사단은 이 성추행 사건 이후 서 검사가 안 전 국장 때문에 인사에 불이익을 받고 2015년에 통영지청으로 발령을 받았는지, 이른바  '2차 피해' 조사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희진 단장 필두로 검사 7명 투입 #서지현 검사 출석해 조사중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 진상 규명 #“2차 피해 방지가 최우선 과제”

조희진 지검장 등 성범죄 특화 검사 7명 투입

검찰은 서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파문이 확산되자 지난 1일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조희진(56·19기) 동부지검장이 단장을 맡아 그간 불거진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전수조사하고 이후의 추가적인 성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검찰 관계자는 “여성 최초의 검사장인 조희진 지검장을 단장으로 앞세운 것 자체가 검찰 내 성범죄 실태를 명백하게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검찰 내 성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출범한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연합뉴스]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출범한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연합뉴스]

진상조사단은 조 지검장을 단장으로 총 7명의 검사로 구성됐다. 성추행 등 각종 성범죄 조사의 특수성 때문에 여성검사가 6명에 이른다. 조사단장인 조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법무부 과장, 차장검사, 지청장 등을 거치며 가는 곳마다 ‘여성 1호’ 기록을 만들어왔다. 2013년엔 여검사로는 처음으로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차관급)이 됐다. 2005년에는 여성폭력에 관한 국내외 판례를 연구한 ‘여성과 법’을 발간했다.

진상조사단 부단장을 맡은 황은영 차장검사.

진상조사단 부단장을 맡은 황은영 차장검사.

부단장은 황은영(52·26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다. 그는 법무부 인권정책과 검사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을 역임했다. 2년간 여성가족부에 파견 근무한 경력도 있다. 당초 부단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던 박현주(47·31기)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조사단 내 평검사들과 함께 전수조사 실무를 이끌기로 했다. 박 부장검사는 2016년 6월 공인전문검사 인증(블랙벨트)을 받은 성폭력 분야 전문검사다.

이외에도 성범죄 수사에 특화한 여성검사 3명과 남성검사 1명이 조사단에 합류했다. 곧 외부의 민간 전문가들도 수사에 도움을 주는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할 전망이다. 조 단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외부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단 위에 두고 조사과정을 수시로 보고해 조언을 듣는 방식을 검찰총장께 건의드렸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조사단에 과거 성범죄 사건 이첩  

조사단은 서 검사 사건 뿐 아니라 검찰 조직 내 의혹으로만 떠돌던 성추문 사건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공언한 상태다. 조사 범위가 넓어 활동 기간도 길어질 전망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과거 검찰 내에서 불거졌던 성범죄 사건 및 의혹 사건에 대한 자료를 모두 조사단에 이첩하겠다고 했다. 조사단은 해당 자료를 검토해 진상규명이나 피해자 구제 등이 부실했던 사건을 위주로 재조사 대상을 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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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사 과정에서 사건이 공론화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조사단은 서 검사의 경우처럼 피해자가 직접 제보한 사건으로 조사 범위를 한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사단 관계자는 “피해자가 원치 않은 사례도 조사를 해야하는지 고민스러운 면이 있다"며 "성범죄 사건에선 2차 피해 방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우·박사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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