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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달한 노년 보증수표는 근육량 욕심 버리고 매일, 조금씩, 자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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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호 24면

[新동의보감] 추울수록 운동

나이가 들수록 생활에 필요한 근육량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실내운동인 요가와 몸풀기를 하면 근육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나이가 들수록 생활에 필요한 근육량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실내운동인 요가와 몸풀기를 하면 근육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동양의 오행(五行) 사상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도 목·화·토·금·수를 배치한다. 겨울은 수(水)에 해당하며, 생명의 마감을 뜻한다. 여기서 마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희망을 잉태하고 있다. 겨울을 잘 보내야 화창한 봄날을 맞이할 수 있다.

방에만 있으면 근력 빠르게 약해져 #외출 때 낙상·골절로 이어지기 십상 #허벅지가 두 손 안에 들어오면 위험 #‘다리 들어올려 버티기’ 큰 도움

얼마 전 전국에 한파와 함께 많은 눈이 왔다. 60세 이상 노년층에게는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은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병원에 입원해 3일만 가만히 누워 있어도 제지방체중(지방을 뺀 체중. 주로 근육)이 10%나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근육은 늘 적절한 자극이 가해지지 않으면 감소한다. 겨울이라고 실내에서 웅크리고만 있으면 근육량이 더 빨리 줄어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어르신들에게 “매일, 조금씩, 자주”라는 말을 늘 강조한다. 운동 이야기다. 더 늦기 전에 이렇게 운동하는 것이 필요한 근육량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로, 또는 거동이 불편해서 눕거나 앉아만 있으면 근육량이 계속 줄어든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지 않고 가족들 곁에서 오래 머물다가 편하게 떠나려면 ‘매일, 조금씩, 자주’ 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 가을만 해도 잘 걷고 등산도 하던 노인들이 춥고 길이 미끄러운 겨울 내내 실내에서 웅크리고만 지내면 다음해 봄에 몸이 예전같지 않고 무거워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근력이 약해지면서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이나 척추 뼈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근육량, 40세 이후 매년 1%씩 줄어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돈·건강·자식·친구 등에다 근육량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8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이 목욕, 옷 입기, 화장실 이용, 이동, 소변관리, 음식물 섭취 등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 전화 사용, 쇼핑, 식사 준비, 교통수단 이용 등의 ‘수단적 일상생활 수행능력’도 떨어져서, 4명 중 1명은 주위 도움이 없이는 걷거나 식사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이렇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바로 근육량이다. 자식들도 잘 키웠고, 먹고 살만큼 돈도 있지만 몸 관리를 잘못해 심한 근육감소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 가볍게 집 앞을 산책하는 것도 힘들고, 가족들과 여행가는 것도 짐이 될까 두려워 망설이게 된다.

운동 앞에서 달력 나이는 의미가 줄어든다. 근육량은 20대 중반에 최고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든다. 30세 이후 매년 0.5%정도씩 감소하다가 40세 이후에는 매년 1%씩 감소하여, 70대에는 최고치의 30% 이상이 빠져나가고, 80대에는 평균 50%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년기의 건강과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근육량과 근력의 유지가 꼭 필요하다는 증거다.

쉽게 들어올리던 물건들이 무겁게 느껴진다거나, 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앉는다거나,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다거나, 쉽게 잘 넘어진다거나, 과거에 비해 추위를 많이 탄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내 몸의 근육량이 부족한지 아닌지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허벅지 둘레를 손으로 잡아보고 손가락으로 눌러보는 것이다. 보통 성인이라면 양손으로 허벅지를 다 감싸기 어려운 게 정상이다. 나이가 들면 허벅지는 가늘어지고 근육이 줄어들면서 지방으로 바뀐다. 다리 굵기는 변함이 없지만 탄력이 떨어지는 것도 근육량 감소 때문이다. 전체 근육에서 허벅지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다. 따라서 허벅지 근육이 약해졌다면 허리를 비롯한 몸의 구조를 지지해 주는 골격근의 약화는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근육은 꾸준히 사용하면 근육량이 늘어나고 근력이 강해지지만, 지속적이고 적절한 자극을 가해주지 않으면, 조금씩 약해지고 물렁물렁해지며 지방으로 치환된다. 수개월간 무중력 상태의 우주정류장에 머물렀던 우주인들이 지구로 돌아와서 겪는 큰 문제가 근력 약화로 인한 보행장애다.

근육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져서 물렁물렁해지고, 본인 몸무게를 움직이고 버티고 이동하는 게 힘들어진다. 뼈와 인대를 보강하고 지지해주는 역할도 줄어들어 관절과 연골도 더 악화하고, 퇴행성관절염이 빨리 진행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의자만 있으면 어디서나 가능

관절도 아프고 다리 힘이 없어 잘 걷지도 못하는데 무슨 운동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걷기에만 한정시켜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근육이 약해져서 걷기 힘들면 다른 운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근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관절에 무리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법으로 ‘다리 들어올려 버티기(그림 1)’가 있다. TV를 보거나 대화를 하면서도,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의자만 있으면 앉아서 할 수 있다.

허리를 바르게 펴고 의자에 앉아서 한쪽 다리를 펴서 지면과 다리가 수평이 되게 한 뒤 10~20초 유지하고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10번씩 좌우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하루 수백 번 이상 하다 보면 조금씩 다리 근력이 튼튼해지고 탄력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운동은 무릎 관절이나 허리, 고관절이 아파서 걷기 힘든 분들도 근육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리 들어올려 버티기’ 운동은 약해진 허벅지 전면 근육을 약간의 자극으로 무리가 안 가게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 다음은 간단한 허리근육 강화 운동인 ‘엎드려 다리 뒤로 들어올려 버티기(그림2)’가 있다. 하루 종일 걷고 등산을 해도 많이 안 쓰게 되는 게 엉덩이근육인 둔근과 허리 뒷면의 척추기립근 근육들이다. 등산이나 운동을 많이 했다는 분들도 60대가 넘어가면서 엉덩이가 전체적으로 물렁물렁해지고 처지면서, 척추 뼈 뒤의 근육 사이 고랑이 사라져 평평한 허리가 된다. 허리라는 몸의 기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버티는 데에는 이 허리 앞쪽 복근과 뒤쪽의 근육, 그리고 둔근이 아주 큰 역할을 한다. 최근 젊은 세대들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것도 과도한 사용이나 하중보다는 운동부족으로 인한 허리와 복부의 근육 약화 때문인 경우가 많다.

‘엎드려 다리 뒤로 들어올려 버티기’도 방법은 간단하다. 배를 깔고 엎드린 자세나, 네발로 기는 자세에서 다리를 뒤쪽 위로 들어올린 뒤 5~10초간 유지하고 내리는 자세를 반복하는 것이다. 통증이 있다면 바로 멈춰야 한다. 한꺼번에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짧게 자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렸다 내리는 동작보다 다리를 올려서 멈춘 상태로 5~10초 버티는 게 더 중요하다.

김영석 튼튼마디한의원 광주점 원장
경희대 한의과대학 박사. 경남 거창 약산약초교육원에서 동료 한의사들과 함께 직접 약초를 재배하며 한의학을 연구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더스쿠프에 건강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의의병서(醫醫病書)’를 공역(共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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