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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1월에 뭐했나 보니…집권후 1월 공개활동 최소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난달 공개활동 횟수가 집권한 이후 1월 공개활동 중 최소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관영 언론들의 보도날짜를 기준으로 통일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은 올해 1월 모두 3차례의 공개활동을 펼쳤다. 김정은이 평양 무궤도전차공장을 방문했다는 1일 북한 보도를 포함하면 4회가 되지만 1월 보도일 기준으로는 3회다. 이는 지난 2011년 12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이후 2013년과 함께 가장 작은 수치다.

김정은 1월 공개활동 3회, 2012년 집권 이후 최소 기록 #대형사건 많았던 2013년도 1월 공개활동은 3회뿐 #공개활동 장소 평양에 한정, 군부대도 찾지 않아 #전문가 "평창 올리픽 이후 대남, 대미 관계 구상위한 집무실 정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리모델링한 평양무궤도전차(트롤리버스)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지난달 세차례에 그쳤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리모델링한 평양무궤도전차(트롤리버스)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공개활동은 지난달 세차례에 그쳤다. [사진 노동신문]

 그는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에는 14회, 14년 9회, 15년 11회, 16년 8회의 공개활동을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9회를 기록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보다 김정은의 1월 공개활동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김정은이 2013년 1월에도 공개활동을 거의 하지 않다가 2월에 핵실험(3차)을 실시하는 등 대형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현지지도 등 외부 활동을 중단하거나 횟수를 줄인 뒤 꼭 대형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실제 2013년의 경우 1월 공개활동을 줄이다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했고, 3월 11일에는 정전협정을 백지화하는 선언을 했다. 또 그해 말에는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기도 했다. 외부활동을 줄이고, 정국 구상에 몰두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정은 집권후 연도별 1월 공개활동 현황. [북한 언론 발표 재구성]

김정은 집권후 연도별 1월 공개활동 현황. [북한 언론 발표 재구성]

 특히 올해의 경우 숫자뿐만 아니라 현지지도 내용 측면에서도 다른 해와 차이점을 보여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우선, 모든 활동이 평양 인근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12일 평성시에 위치한 국가과학원을 찾았다. 17일과 25일에는 각각 평양시에 있는 평양 교원대학과 평양제약공장을 찾았다. 평성시가 평양시 북동쪽에 맞닿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현지지도가 평양시에서 이뤄진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달 평창 겨울 올림픽과 관련한 남북 회담이 3차례(9일, 15일, 17일) 열려 평양에 머물며 회담과 남북관계를 직접 챙기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거의 매년 찾았던 군부대 시찰도 지난달엔 없었다. 김정은은 2012년 1월에는 인민군 169군부대와 3870군부대를 찾았다. 공군 354부대와 인민군 671군부대에 이어 만경대혁명학원에도 갔다. 2014년엔 인민군 군악단의 공연과항공육전(공수부대)병 야간훈련을 참관한 데 이어 323군부대를 방문했다. 이어 2015년에도 군부대의 사격경기대회를 비롯해 추격기와 폭격기 훈련, 군종(軍種) 타격훈련을 참관했다. 이어 2016년에는 대연합부대의 포사격 훈련과 인민무력부 방문, 지난해엔 탱크·장갑 보병연대의 겨울철 도하(渡河) 공격 연습을 지도하는 등 매년 1월 군과 관련한 공개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2013년과 올해 1월은 군부대를 찾지 않았다. 군 관련 활동이 없었다는 것도 2013년과 유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와 대미정책을 고심하느라 지난달 공개활동을 줄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에 따라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강경한 대응을 준비 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2013년은 김정은이 핵 카드를꺼내 드는 등 전략적인 전환을 선택한 시기”라며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만 남북 간에 대화와 북미 간의 긴장 등 평화와 군사문제를 놓고 고심하느라 집무실 정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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