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스키 선수 “빨리 통일돼 함께 세계패권 쥐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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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1일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에 참가한 임승현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왼쪽)과 김유정 북한 알파인 스키선수가 공동훈련을 마친 후 격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마식령 공동훈련을 위해 방북한 남측 선수단의 방북 이틀째인 1일 남북의 스키선수들이 전날보다 한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자율훈련을 통해 첫인사를 나눈 남북의 알파인 스키 선수들은 이날 오전 9시 20분부터 12시 30분까지 3시간여 동안 친선경기를 진행했다. 남북 선수들은 나이를 물어보는 등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날에는 첫 만남이 어색했는지 남북 선수들끼리 서로 대화하거나 어울리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신정우 선수는 경기 전 “북측 선수들과 훈련하고 시합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측과 북측이 이렇게 같이 훈련할 수 있는 환경과 시합이 많았으면 하고 다음에는 남측으로 와서 스키도 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날 자율스키를 탄 데 대해서는 “평생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았고 북측 선수들을 만날 수조차 없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느낌이 새로웠고 또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임승현 선수도 “북측 선수들과 함께 스키를 탄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라며 “되게 느낌이 묘했다.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 타서 많이 놀랐다”고도 했다.

북측의 김청송 선수는 “하루빨리 통일돼서 남측 선수들과 세계패권을 함께 쥐고 싶다”고 말했고, 장일창 선수는 “같은 동포로서 조국 통일이 빨리 되길 갈망하며 같이 훈련한 것을 긍지롭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친선경기는 남한 선수 12명(남 8명, 여 4명)과 북한 선수 12명(남녀 각 6명)이 2번씩 슬로프를 내려온 뒤 기록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순위를 따로 매기지는 않았다.

남북 선수들이 단체로 슬로프를 활강으로 내려온 후 남측 대표단 단장인 이주태 통일부 국장과 북측 리항준체육성 국장은 상대편 선수들에게 꽃을 전달했다. 남측 최정현 선수가 자신이 받은 흰색 꽃을 북측 공신정 선수에게 건네자, 공 선수가 현 선수를 안아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정현 선수는 “먼저 안아주겠다는 의사를 표했을 때 놀랐다”면서 “다시 만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1일 마식령스키장 남북공동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이 공동훈련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경기 뒤 남북 선수들은 함께 모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한 북한 선수는 “(평창에) 가면 많이 알려달라”고 말했고, 남한 선수는 “휴대전화가 있으면 같이 사진 찍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또 북측 김유정 선수는 “훌륭하게 잘 탔다. 앞으로 우리 북남이 같이하면 국제경기에 나가서 꼭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고, 남측 노진솔 선수는 “생각보다 좋은 환경에서 북측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박제윤 선수는 “우리를 특별히 잘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남같이 느껴지지 않고 제 인생으로 봐도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스키단장 자격으로 온 김남영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은 “지금까지 축구나 탁구 등은 스포츠 교류가 있었는데 동계 종목은 저희가 처음인 것 같다”며 “저희 선수들도 많은 감격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식령=공동취재단,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