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1문1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귀순한 김창화씨 (31)와 어성일씨(31)등 두 북한인은 l8일 오전9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출동기·경로 등을 설명했다.
김·어씨와의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북괴는 대남방송을 통해 두 사람이 평양에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난 범죄자라고 했는데.
▲거짓말이다. 범죄자라면 북한처럼 통제된 사회에서 탈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번 탈출때 범죄자를 잡는 사회안전부에서 여행증명서까지 뗐는데 파렴치범이라니 말이 되느냐. 북조선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면 상점가도에 사진이 나붙어 도망 다닐 수가 없다.
-귀순 때의 장발부분에 대해 필리핀과 김포공항에서의 발언내용이 다른데.
▲필리핀에서 머리를 기를 수 있다고 한 것은 기자들의 질문을 잘못 알아듣고 북한에서도 귀를 약간 덮을 정도까지 머리를 기를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답변을 잘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김포공항에서는 답변을 수정했다.
-북한에서 어떤 종류의 남한방송을 들었으며 남한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가.
▲귀순자의 기자회견과 남한에서의 생활상에 대한 방송을 듣고 북조선에서 남조선에 가면 모두 죽인다는 선전이 거짓임을 알았다. 남조선에 와서 별로 돌아다니지 못해 실정은 잘 모르지만 남조선에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고 있고 백번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등은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쫌 보위부관리소나 사회안전부관리소 등 통제구역으로 가 있을 것이다. 통제소에 가면 공민권도 박탈되고 짐승같은 생활을 하게된다. 부모와 처자식·형제에게 그 같은 피해를 주는 것이 가슴아픈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북조선전체가 하나의 통제구역이 아닌가.
-앞으로의 계획은.
▲만약 남조선인민으로 받아들여준다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것만이 북쪽에 남아있는 가족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어씨 등 두 북한인은 1시간4O분 동안의 기자회견에도 다소 흥분으로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질문에는 차분히 대답했고 북쪽가족의 안전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괴로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