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환각제 뇌황폐·손상의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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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1일 부산에서 히로뽕 환각에 빠진 전과자가 인질극을 벌였고 지난달 18일에는 가수 등 21명의 히로뽕 상습복용자와 밀매조직 5명이 대거 검거된 데 이어 지난 14일엔 촉망받는 작가가 대마초 상습 흡연혐의로 구속되는 등 최근 각성제 및 환각제복용 풍조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의 본드흡입과 이에 따른 각종범죄도 1년에 4O%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마약과 환각제사범의 증가는 곧바로 범죄의 증가를 의미하며 자신의 파멸은 물론사회전체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부 등 일반인에게까지 마수를 뻗치는 마약과 환각제에는 왜 빠지게 되며 그 후유증은 무엇인지 연세대의대 민성길교수 (정신과) 로부터 들어본다.

<각성제와 환각제의 정체>
히로뽕과 코카인등은 소위정신이 번쩍나게 하고 감각이 예민해지도록 하는 각성제 종류이고, 대마초와 본드는 환각현상을 일으키는 환각제의 범주에 속한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
히로뽕이 각성작용을 하는 이유는 그 성분에 있다.
인체는 뇌속의 여러가지 신경전달물질의 자극에 의해 흥분하기도 하고 마비되기도 하는 등 정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데, 염산에페드린을 원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히로뽕은 바로 체내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노르아드레날린·도파민 등과 거의 비슷한 구조를 갖고있다.
따라서 히로뽕을 복용하게되면 뇌는 히로뽕 성분을 마치 체내에서 자극, 생성된 신경전달물질로 오인해 정보를 받아들임으로써 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침체됐던 몸과 마음에 활력이 솟고 갑자기 생기가 도는 등 각성효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대마초는 아직 정체가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마비현상을 주효과로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엔도르핀류의 체내물질과 유사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마초를 피워 적당히 마비가 되면 의식이 몽롱해지면서 시각과 청각 등의 감각이 환각상태에 돌입하면서 갖가지 기묘한 분위기를 경험하게된다.
본드는 환각현상을 일으키는 점에서 대마초와 비슷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존재.

<중독 및 후유증>
히로뿅을 자주 복용하면 인체는 자체 신경전달물질의 작용보다 히로뽕의 작용을 우선적으로 받아 반응한다. 문제는 히로뽕이 체내물질과 비슷하지 똑같지 않다는데 있다.
결국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양의 히로뽕을 원하고 금단증상으로 히로뽕이 없으면 바람빠진 퐁선처럼 처지게되며 끝내 피해망상이나 과잉공격 등의 정신질환으로 폐인이 된다.
대마초는 중독 등의 해독이 없고 내성·금단증상도 거의 없어 안전한 (?) 환각제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것도 쌓이다 보면 결국 히로뽕 등 좀더 강렬한 마약으로 당연히 옮아가는 게 문제다.
본드는 뇌를 못쓰게 만들뿐 아니라 자칫 1회의 흡입으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독의 차원이 아니라 기체성 독약으로 규정해야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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