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장래 불안해 북한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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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3월24일 필리핀서 망명, 귀순한 김창화(31·평양 철도대학5년)·어성일(31·외화벌이 노동자)씨 등 두 북한 인은 북한에서 도박·상관구타·기관원사칭 금품갈취 등 전과가 있는 데다 김씨는 형이 중공으로 탈출하고 어씨는 부모가 이남출신으로 신분상 차별을 받는 등 장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북한을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안전기획부는 18일 두 사람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 이들은 뇌물을 주고 북한당국으로부터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은 뒤 함북 온성으로 가 두만강을 건너 지난해 10월14일 북한을 탈출한 뒤 북경∼장사∼광주∼해구∼담강을 거쳐 3월12일 담강 항에서 파나마선적 화물선 마리아나 리라 호에 숨어 타고 필리핀에 도착, 귀순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북한에선 만성적인 생활고와 함께 뇌물·도박·성문란·장발유행 등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고 실상을 폭로했다. <관계기사 11면>
◇탈출동기=김씨는 86년 6월 주패(카드)놀이 도박죄로 적발돼 평남 북창군 원동 탄광에서 1년간 강제노역형을 받았으며 86년 11월 큰형 동춘씨(45·평남 미술 창작 사 자재과장)가 중공에 건너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치보위부와 사회안전 부의 조사를 받게 되자 전 가족이「독재대상지역」으로 추방될 것으로 예상하고 군복무 때부터 친구사이인 어씨와 귀순을 결심했다.
또 어씨는 부모가 남한 출신이고 78년 6월 군대에서 부분대장 구타, 정년 9월 안전 원 사칭 금품갈취 사건 등으로 벌금형과 출당 경고·자아비판을 받은 전과사실 때문에 김씨의 제의에 동의했다.
◇탈출=지난해 10월7일 평성시사회 안전 부 김 모 지도 원에게 담배 5갑을 뇌물로 주고 함북 샛 별군 고건 원까지의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 기차 편으로 함북 온성까지가 1차 두만강도강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같은 달 14일 중공교포 밀 거래자 2명의도움으로 남양 역 부근 수문암 마을앞 폭 70m의 두만강을 건넜다.
이들은 연 길의 김씨 고 모집과 혼춘의 외삼촌 집, 광주를 기차로 4차례 오가며 형의 행방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게 되자 선편으로 해구를 거쳐 담강 항에 도착, 3월14일 파나마선적 화물선 마리아나 리라 호에 몰래 승선, 필리핀으로 탈출했다.
이들은 연길 소학교교사인 친척의 도움으로 위조여행증명서(소개 신)와 신분증(공작 증)을 만들어 5차례 연길∼광주간 기차여행 중 2차례 공안 원의 검문을 받았으나 나체카드소지로 중공 화 30원의 벌금을 문 사실 이외 신분이 탄로난 적은 없었다.
◇가족=김씨는 전 기관차대 경비원 출신인 부모와의 사이에 4남1녀 중 막내로 85년 11월 부인 이은희(26)와 결혼, 3살 난 아들을 두고 있다.
어씨는 강원도 고성태생으로 월북한 전 평양국방 체육 단 통신 지도 원 출신의 부모와의 사이에 4남중 장남으로 미혼이다.
어씨의 아버지 어하훈(69)은 월북 전 남한에서 결혼, 1남1녀를 두었으며 어머니 이부영 (56)은 충북제천출생으로 어씨는 남한에 삼촌과 외삼촌 2명, 이복형·누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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