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투기, 흑해 상공서 미 정찰기에 1.5m 근접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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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 [연합뉴스]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 [연합뉴스]

러시아 수호이(Su)-27 전투기가 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미 해군 정찰기를 상대로 안전하지 않은 근접 비행을 했다고 AFP 통신등 외신이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는 국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국제공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군 EP-3 에어리스(Aries) 정찰기에 러시아 수호이 전투기가 다가와 약 2시간 40분 동안 근접비행했다고 전했다.

미 해군의 패멀라쿤즈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수호이기가 에어리스 정찰기에 5피트(약 1.5m) 거리에 접근해 비행경로를 가로지르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공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러시아군의 권한이지만 안전을 보장하고 사고를 막기 위해 세워진 국제 기준 안에서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 이날 흑해 중립 수역에서 러시아 영공으로 접근하는 ‘미확인 항공 표적’(unidentified air target)을 감지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수호이 전투기는 표적을 차단하고자 보내졌으며 안전한 거리에서 항공기에 접근했다”며 “표적을 미군 정찰기로 확인하고 정찰기가 러시아 영공을 침해하지 않도록 모든 안전 조치를 준수해 정찰기를 따라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호이 전투기의 모든 비행은 영공 이용에 관한 국제 규범을 지켰으며 특이점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과 미군 사이의 근접 비행 논란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도 러시아 전투기가 흑해 상공에서 미군 정찰기에 6m 거리까지 근접 비행을 펼친 적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5월 11일 흑해 공해 상공에서 통상적 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 해군 소속 P-8A 포세이돈 대잠초계기에 러시아 공군 소속 수호이(Su)-27 전투기가 근접했다.

2016년 9월에도 흑해 공해 상에서 러시아 Su-27 전투기가 임무 수행 중이던 P-8A 포세이돈에 3m 이내로 근접 비행하면서 미 국방부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같은 해 1월에도 흑해 상공을 비행하던 미군의 RC-135 정찰기에 러시아의 Su-27 전투기가 약 5m 거리까지 근접 비행을 펼쳤다.

이와 관련 러시아 측은 미군의 자국 영토 인접 비행에 대해 국제법 규정에 따라 통상적 감시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 남동부와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흑해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이다. 미국을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과 러시아는 흑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각자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러시아는 흑해에 주둔하는 병력을 늘렸으며, 미 해군도 최근 몇 년간 이 지역 병력을 강화해 왔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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