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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기술 이것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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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의 과학기술, 무엇이 문제인가. 매년 4월 「과학의 달」이면 갖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은 아직도 요원하다. 더우기 6공화국 들어 과학기술에 대한 의지가 흔들리고 있다. 기술 드라이브란 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과학의 달을 맞아 도약을 위한 당면과제가 무엇이지 각계 의견을 들어본다.
◇정근모씨(49·아주대 석좌교수)=선거는 오늘을 위한 것이지만 과학의 육성은 내일을 위한 것이다. 국가의 발전에는 민주정치의 정립과 함께 과학기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주도의 기초연구, 민간의 산업기술연구가 범국가적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또 장기발전계획을 마련,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나 국회의 과학기술정책 기능도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
◇이충희씨(53·표준연구소장)=과학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정밀도가 뒤따라 주어야 한다. 국내 산업이 아직 선진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은 1만 분의 1mm, 항공산업은 1천 분의 1mm의 정밀 정확도가 있어야한다. 이 정밀도의 기준이 되는 것이 표준이다. 즉 정밀하고 정확한 측정을 하려면 측정표준이 있어야 한다. 아직 우리는 1백20여 개의 표준 가운데 80여 개만 확보하고 있다.
◇박한규(47·연세대교수·전자공학)=그 동안 대학의 외형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실험기재 등 내부시설은 한심할 정도다.
이공계 대학은 실험이 필수적이므로 별도의 예산을 주어 실험과 연구를 지원해야한다.
최근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국내에 남아 학위는 물론 첨단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을 제대로 양성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제 남에게 고급인력을 맡길 때는 지났다.
◇백창현씨(56·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국내 산업계의 심각한 과제는 기술의 불균형이다.
제조업의 조립기술이나 일부 첨단기술은 세계수준이다. 반면 모든 제조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설계·금형 등은 대만보다도 뒤떨어진 부분이 많다.
일류기술국이 되려면 이런 기술의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 우수한 기술자가 중소기업을 창업하는 여건이 조성되면 전반적인 기반기술이 자연히 향상될 것이다. 이 밖에 도입기술의 소화능력이 부족하다.
◇김영철씨(45·데이터통신 기획본부장)=과학기술은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해 성장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각 기관이나 학자·연구원 등의 협력을 통해 훌륭한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말은 듣기 어렵다. 산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각 분야가 협조하면 될 수 있는 것도 기술도입에 의존하는 것이 적지 않다.
◇이인우씨(28·과학기술원 연구노조위원장)=외국에서는 스스로 시험관을 닦으며 연구에 열중했던 박사들이 국내에서는 권위를 내세우기 일쑤다.
연구자가 「국내 박사」라는 이유로, 또는 박사가 아니라고 불리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연구소의 활발한 신진대사가 아쉽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계속 확보할 수 있도록 능력 있는 연구자가 대우를 받는 풍토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나 연구소가 운영의 경직성을 탈피해야 한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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