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세 모금만 마셔도…” 37명 목숨 앗아간 유독 가스의 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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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좌)과 지난해 11월 지하철 화재 대비훈련 모습(우) [연합뉴스, 김상선 기자]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좌)과 지난해 11월 지하철 화재 대비훈련 모습(우) [연합뉴스, 김상선 기자]

26일 오전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37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성 연기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숨진 37명 모두가 질식사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날 오후 YTN 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독성 있는 연기를 한 두세 모금 마시게 되면 건장한 사람도 사망은 아니지만 정신을 놓게 되어 있다"고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화재 사망 원인 대부분은 질식사로 보는 게 맞다"라면서 "보통 화재가 나면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독성 있는 연기를 한 두세 모금 마시면 행동력이 제로가 되고, 넘어진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유독가스를 마시게 되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의 경우 연로하시고, 병도 안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생명 유지 장치인 인공 호흡기를 끼고 계신 분도 많았다"며 "환자 분들에게 유독가스는 건장한 사람보다 몇 배 더한 치명적인 사망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이번 화재는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화재를 진압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화재가 진압됐다고 해서 건물 내 연기가 없는 안전한 상태라고 볼 수 없다"면서 "아마 유독가스가 실내에 충만해서 미처 대처하지 못한 고령의 환자 분들이 사망으로 이르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지하철 화재 대비훈련이 서울 양천구 목동역 지하철 5호선에서 실시됐다. 지하철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에서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해 11월 지하철 화재 대비훈련이 서울 양천구 목동역 지하철 5호선에서 실시됐다. 지하철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에서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연기가 갑자기 발생하거나 화재가 났다는 짐작이 느껴졌을 때의 대응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가장 먼저 119 신고와 주변 사람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이나 음료 등을 옷이나 수건에 적셔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가능한 낮춘 뒤 또 다른 한손으로는 벽같은 곳을 치면서 구조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계단을 통해 대피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번 사고는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동이 어려우신 분들이었기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의 조력 없이는 자연 피난이 불가능했다"면서 "이런 경우 1층으로 피난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건물 내 일정 장소를 안전 구역으로 만들어 불이나 연기와 완전히 차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구 역은 불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는 안전공간으로, 화재 발생시 사람들을 일시적으로 대피시켜 시간을 벌고, 소방대원 구조를 기다리는 기본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평상시에도 반복해서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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