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25일 대구로 ‘통합 투어’를 왔다. 지난 23일 광주를 찾은 지 이틀 만이다. 두 대표가 대구에서 내건 통합 명분은 ‘지역경제’와 ‘다당제’였다.
안 대표는 “호남은 양당 체제가 도입돼 지역발전을 위해 경쟁해 주민이 실질적 혜택을 본다”며 “대구도 경쟁체제가 돼야 발전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대구 정치가 바뀌면, 대구 경제가 달라진다”며 “통합개혁신당이 대구시민, 경북도민을 위해 선택의 자유를 넓혀드리겠다”고 말했다.
둘의 표정은 여유로웠지만 처한 상황은 달랐다. 바른정당은 이날 행사에 오신환ㆍ이학재 의원 등 당내 의원 9명 중 5명이 동참했다. 통합 잡음이 없다. 반면 국민의당에서는 이언주ㆍ신용현ㆍ오세정 의원 등 현역 중 3명만 참석했다. 당내 반발이 심한 상태다.
유 대표는 대구에서 자유한국당을 누르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 대표는 이날도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대구시장 선거에서 지면 한국당 문을 닫는다고 했다”며 “한국당 문 닫게 하기 위해 최선의 후보를 찾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는 통합 시너지가 확인된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통합개혁신당의 TK 지지율은 19.8%로 한국당(25%)·민주당(23.3%)에 뒤졌지만, 그 폭이 작았다. 무엇보다 국민의당(3.9%), 바른정당(6.7%) 지지율을 단순 합친 것보다 9.2% 포인트 높았다.
안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해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섰지만, 정작 본거지인 호남 달래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안 대표는 이날 “동서 화합 정당은 정당 역사상 첫 시도”라며 “(통합 과정을 겪다 보니) 이래서 지금까지 (동서통합정당이) 일어나지 않았구나 싶다"고 토로했다.
안 대표가 대구를 찾았을 때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민주평화당 창당 결의 대회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 현역의원 12명과 2000여명의 당원 등이 참석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민주평화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길,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갈 것”이라며 “안철수는 이제 DJ와 호남을 버리고 보수야합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원내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주승용 전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중재파 의원 5명은 전날 안 대표를 만나 전당대회 전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안 대표가 조기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단일 행보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조기사퇴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번에는 고민이 깊다. 중재파 의원들이 통합개혁신당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영ㆍ호남 통합의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다만 안 대표 측은 중재파 내에서도 "민주평화당으로는 결코 갈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대구=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