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 없는 국가대표 여성 아이스하키팀, 수원시에 보금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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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으로 출전하는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올림픽이 끝난 뒤 가슴에 '수원시 마크'를 달 전망이다.
경기도 수원시가 올 하반기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원시, 국내 첫 여성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 #올 하반기, 국가대표 여성 아이스하키팀 흡수 #훈련장소로 2020년까지 복합체육시설 완공해 제공 #실업팀 없던 선수들, 직업 선수로 훈련에 매진 가능 #수원시의회 야당. "지방선거용 선심성 공약" 반발

염태영 수원시장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평창올림픽의 평화유산 마중물 역할을 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염원을 담아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左),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右). [연합뉴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左),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右). [연합뉴스]

1998년 창단한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초·중·고·대학은 물론 실업팀도 하나 없어 시한부로 운영됐다. 선수들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소집돼 단기간 훈련을 하고 출전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선수들은 다시 생계를 위해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염 시장은 "올림픽이 끝나면 돌아갈 소속팀이 없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간절히 바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로지 스포츠 정신으로 '빙판의 우생순(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준말)'을 꿈꾸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태능선수촌 빙상장에서 연습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 [중앙포토]

태능선수촌 빙상장에서 연습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 [중앙포토]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올해 하반기에 창단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운영하는 현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선수 23명 전원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상반기에 창단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관련 조례·규칙 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수원시는 소속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인건비와 운영비 등 선수단 운영경비를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아이스하키협회도 창단 초기 투자지원과 훈련장 배정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창단으로 인한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는 연간 15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시는 예상한다.

염태영 수원시장. [중앙포토]

염태영 수원시장. [중앙포토]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위한 전용 아이스링크도 만든다.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영통구 하원 일동에 수원 복합체육시설 안에 국제규격 아이스링크(30m×61m, 관람석 1600석)를 제공한다. 완공 전까지는 충북 진천 국가대표팀 훈련장을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대한아이스하키협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 여자아이스하키 실업팀 전용 아이스링크 조감도 [사진 수원시]

수원 여자아이스하키 실업팀 전용 아이스링크 조감도 [사진 수원시]

1999년 강원 동계 아시안게임 때 국제대회에 첫선을 보인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13년 디비전 2 그룹B(세계선수권 5부 리그) 우승, 2016년 디비전 2 그룹A(세계선수권 4부 리그) 준우승, 2017년 디비전 2 그룹A 우승(5전 전승) 등 성과를 이뤄냈다. 올해부터는 세계선수권 대회 3부 리그 격인 디비전 1 그룹B 경기에 참여할 예정이다
염 시장은 "동계 스포츠 종목 육성은 수원 체육계의 숙원사업"이라며 "선수들이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안정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원시의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하반기 창단할 예정인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현재 발표하는 것은 지방선거용"이라며 "관련 예산을 모두 보이콧하겠다"고 반발했다. 수원시의회는 현재 전체 의원 34명의 절반 이상인 18명이 야당(자유한국당 15명, 국민의당 3명) 소속이다.

민한기 수원시의회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부나 광역시·도 차원에서 해도 될 일을 수원시가 왜 연간 30억 원이라는 돈을 투자하면서 추진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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