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새마을회장 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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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축하화환 한 개 없었다. 행사내용을 알리는 현수막 등 커다란 문구도 보이지 않았다. 붙어있는 것이라곤 4절까지의 애국가 가사와 행사진행을 알리는 식순뿐.
4일 오전9시 서울 등촌동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연수원강당. 전경환 전 회장까지 구속된 비리수사와 남은 간부들의 사퇴로 난파선이 된 새마을본부의 키를 잡게된 김준 회장의 취임식이 열리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본부직원, 시·도지부 사무국장, 회원단체직원 등 2백여 명. 체육관에서 장관을 비롯한 정·재계인사, 지역유지, 전국의 대의원 등 수천 명이 참석, 흥청거렸다(?)는 이전 회장의 취임식과는 너무도 다른 간소한 행사.
『새마을운동은 지금 사느냐죽느냐의 엄숙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의 씨를 뿌린 한사람으로서 어떠한 역사의 심판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로 여러 차례 망설인 끝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회장직을 떠난 지 4년1개월 여만에 세 번째로 다시 회장직을 맡게된 금씨는 감회가 새로운 듯 식장을 둘러보며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여러분이 원한다면 본부에서 계속 머무르면서 회장실을 항상 개방해 여러분의 뜻을 모으겠습니다. 얼굴만 씻을게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이 닦아내고 새롭게 거듭납시다…』
김 회장의 열띤 목소리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자신의 한, 그 자체일 듯 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다른 모든 새마을 행사처럼 취임식도 어김없이『새마을노래』제창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에야말로 이 합창이 서로의 마음으로 이어져 노랫말처럼 새마을운동이 제자리로 돌아가 퍼져 나갈 수 있을지-.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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