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은행강도 현장 테마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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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영국 최대의 강도사건이 일어난 톤브리지 현금보관소. [AP]

지난달 22일 발생했던 영국 최대의 은행강도 사건 현장을 둘러보며 가이드로부터 범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관광상품이 등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선데이 미러는 사상 최대 액수인 5300만 파운드(약 900억원)의 현금을 강탈한 사건이 일어났던 영국 켄트주 톤브리지의 한 호텔이 이런 상품을 내놨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를 기획한 로즈&크라운 호텔의 지배인은 "돈을 강탈당한 현금보관소, 관리인과 그 가족들이 억류당한 창고, 용의자 두 명이 붙잡힌 집을 포함해 사건의 주요 현장을 가이드와 함께 둘러보게 된다"고 밝혔다. 아침과 저녁 식사가 포함된 하루짜리 관광상품의 가격은 100파운드(약 17만원)다. 호텔 측은 "이 상품으로 톤브리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범죄 현장 관광은 영국과 미국에선 낯설지 않다. 영국 런던에선 1888년 성매매 여성 7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의 범행 현장을 둘러보는 투어가 인기다. 이 상품을 파는 여행사가 여럿인데, 주로 으스스한 밤에 실시된다.

미국 보스턴에는 1980년대 마피아들이 총격을 벌인 곳과 50년대 은행강도 사건의 현장을 찾아가는 상품이 있다. 엽기 소설이나 범죄 드라마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나 추리소설 팬들을 노린 이색 상품이다.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역사 속 살인 현장 투어를 진행하는 범죄 소설가 밥 힌튼은 "인간의 폭력적인 면을 살펴보는 관광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톤브리지처럼 불과 한 달 전에 발생한 범죄를 상품화한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로즈&크라운 호텔 측은 일부 주민이 "피해자들의 불행과 아픈 기억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11일 "그들에게 상처를 줬다면 미안하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관광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런던 살인현장 투어에 참가하는 관광객들은 가끔 지역 주민으로부터 달걀 세례를 받기도 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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