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웃음이 바로 현대인의 명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인생은 울며 태어나 울 일 많이 겪다가 마지막에 울며 죽는 것입니다. 어차피 인생이 그런 것이니 힘들다고 괴로워하기보다 차라리 한번 웃어 보세요. 웃어서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지 좋은 일이 있어 웃는 게 아닙니다."

지난해 말 출간 이후 수필집으론 드물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혼산책'(맑음)의 저자 차길진(59)씨.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의 효능을 되뇌었다.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고통을 잊을 수 있고, 삶에 절로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자 권리"라고도 했다.

저서 '영혼산책' 역시 그의 말을 닮았다. '웃어라' 외에 '실패를 즐겨라''하루를 일생처럼 살아라''인생의 주인공이 돼라''초심으로 돌아가라' 등 긍정적인 메시지가 가득하다.

"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사회에 웃음이라는 명약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게 차씨의 집필 동기다. 얼핏 평범한 얘기를 담은 듯한 이 수필집이 그새 소리소문 없이 7판까지 나간 걸 보면 그의 생각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적잖은 모양이다.

작가 외에 불교 법사, 벤처사업가, 문화운동가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차씨는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잘 알려진 고 차일혁 총경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가 처음 펜을 잡은 것도 아버지가 남긴 대학 노트 10권 분량의 전쟁일지를 수기(手記)로 정리해 1989년 '월간중앙' 논픽션 공모에 내놓으면서다.

차씨는 "제가 11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며 남겨준 건 전쟁일지와 총알 구멍이 숭숭 뚫린 철모, 그리고 '항상 웃어라'라는 유언이었다"고 했다.

요컨대 지금 그가 세상에 전파하는 낙관주의를 선친에게 배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했지만 저는 유머와 낭만이 넘치는 분으로 기억합니다. 생전에 지리산 토벌에 나가 잔뜩 긴장해 있는 대원들에게 그러셨대요. '유엔군이 왜 한국까지 왔는지 아나? 바로 부처님 미소를 배우기 위해서 온 거야'. 아버지의 실없는 농에 대원들이 결국엔 웃음을 터뜨렸다지 뭡니까."

차씨가 뮤지컬 제작, 한.일 문화교류 추진 등 갖가지 문화운동에 열정을 쏟고 있는 것 역시 선친의 영향이라고 했다. "어릴 적에 아버지께선 제게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몇 번씩이나 보라고 하셨지요. 너무 좋은 영화라면서요. 그렇게 바쁘신데도 51년 즈음엔 '애정산맥'이란 영화를 만드는 데 직접 관여하기도 하셨습니다."

현재 차씨는 회원 수가 1만3000명에 달하는 문화운동 단체 '후암문화공간'(www.hooam.com)을 이끌고 있다. 아들 현석씨가 산하 극단인 '후암'의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3대에 걸쳐 문화 사랑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작은 위안을 주는 것이 제 기쁨입니다. 부디 많이 웃으며 사세요. 웃는 것만으로 복이 쌓입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신동연 기자

*** 바로잡습니다

3월 15일자 27면 "웃음이 바로 현대인의 명약" 기사 중 셋째 줄 제목이 잘못 나갔습니다. 차길진씨가 쓴 책은 '영원산책'이 아니라 기사 본문에 있는 대로 '영혼산책'이 맞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