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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이지스함 쫓아냈다”···남중국해 충돌 격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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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소속 호퍼함(오른쪽)과 중국 남해함대 소속 황산함(왼쪽)의 재원 [사진=홍콩 명보]

미 해군 소속 호퍼함(오른쪽)과 중국 남해함대 소속 황산함(왼쪽)의 재원 [사진=홍콩 명보]

中 “영해 침범 미 군함 쫓아냈다”…남중국해 미·중 충돌 격화 우려

 남중국해에서 올해 첫 항행의 자유 작전에 나선 미 이지스함을 중국 해군이 경고 후 쫓아냈다고 중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각각 휴일인 20일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밝혔다. 연초부터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밴쿠버 회담을 소집하고,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규정한 국방전략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남중국해에서 군함 대치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미·중 충돌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퍼함 올해 첫 항행의 자유 작전에 中 국방·외교부 이례적 주말 성명 #“헛소동 벌이거나 풍파 일으키지 말라” 경고…국방전략보고서도 반박 #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호퍼함 [사진=호퍼함 페이스북]

미 해군 미사일 구축함 호퍼함 [사진=호퍼함 페이스북]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미사일함 충돌은 지난 17일 알레이 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인 호퍼함(DDG-70)이 필리핀 인근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인근 12해리(약 22.2㎞) 안에서 올해 첫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면서 촉발됐다. 20일 오후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17일 미사일 호위함 황산(黃山)함이 미국 함정(호퍼함)을 식별 조사해 경고 후 쫓아냈다”고 발표했다.

 우첸 대변인의 성명은 중국 국방부 웹사이트를 통해 문자와 정복 차림의 발표 영상이 함께 게재되며 항의 강도를 높였다. 우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역내 국가의 노력을 존중하며 헛소동을 벌이거나 풍파를 일으키지 말기 바란다”며 “중국 군대는 방어 직책을 계속 수행하여 영해와 영공 순찰 경계 역량을 강화해 국가 주권과 안전을 단호히 수호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지원 사격에 가세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휴일 성명을 통해 “중국 해군이 법에 따라 미 함정에 대해 식별 조사를 진행하고 경고 후 쫓아냈다”고 발표했다. 루캉 대변인은 “미 군함의 관련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안전이익에 손해를 끼쳤고 관련 해역에서 정상적인 공무 활동 중인 중국 선박과 인원의 안전에 엄중한 위협을 끼쳤다”고 항의했다. 이어 “어떤 국가라도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명목으로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며 “우리는 미국이 즉시 잘못을 바로잡고 이런 도발 행위를 중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못지않게 미국을 향해 강한 외교적 수사를 동원했다.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항행의 자유(FON) 작전은 지난 2015년 10월 라센함(DDG-82)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南沙)군도) 제도에서 시작한 이후 이번까지 9차례 전개됐다. 지난 2016년 가을부터 지난해 봄까지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 압박 공조를 위해 잠시 작전을 중단했으나 곧 재개됐다. 중국은 최신 함정을 기동해 미 함정에 응전했다. 중국 관영 법제만보는 21일 “미 군함의 황옌다오 침범에 대한 국방부의 영상 발표는 드문 새로운 형식”이라며 “지난해 류저우(柳州)함, 루저우(瀘州)함, 뤄양(洛陽)함, 쑤첸(宿遷)함, 타이산(臺山)함, 화이베이(淮北)함, 푸순(撫順)함과 젠(殲)-11B 전투기 등이 미 군함을 경고 후 쫓아냈다”고 소개했다.

중국 해군 황산함 [사진=중국군망]

중국 해군 황산함 [사진=중국군망]

 미 해군은 지난 4일 “호퍼함이 제7함대 작전 해역에 진입했다”며 “이 지역에서 전구 안보 협력, 파트너 역량 구축, 정례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주둔으로 항행의 자유와 바다의 준법 이용은 물론 작전 훈련, 전술 교환 등에 공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국방부는 미국의 2018 국방전략보고서에 대해 “냉전 색채가 농후하다”며 항의했다. 런궈창(任國强)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심야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국 국방성이 19일 발표한 ‘2018 미국 국방전략 보고’ 요약서가 중국 군대의 현대화 건설을 이른바 강대국 경쟁과 ‘중국 군사 위협’으로 왜곡했고 제로섬 게임과 대립, 대결 등의 부실한 논리로 가득 채운 ‘냉전’ 색채가 농후한 보고서”라고 평가 절하했다. 런 대변인은 “패권 사상을 품은 어떤 나라와 달리 중국은 패권을 칭하거나 다툴 의도가 없으며 ‘패권을 모색한다’는 모자를 중국의 머리에 씌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이 냉전 사유를 버리고 평화 발전이라는 시대의 주제와 세계의 대세에 순응해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중국의 국방과 군대 건설을 바라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량윈샹(梁雲祥)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21일 홍콩 동방일보에 “호퍼함이 황옌다오 12해리 해역에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한 것은 미국적 표준으로 중국의 마지노선에 도전한 것”이라며 “미국의 행동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스카버러 섬에 군사시설을 더 건설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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