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없이 강남 아파트 산 20대 백수, 30대 주부…강남 집값 폭등에 532명 추가 세무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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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A씨는 무직으로 뚜렷한 수입이 없다. 그런데도 최근 10억원 대의 서울 강남 소재 부동산을 샀다. 또 부친이 소유한 강남 소재 고급 아파트를 취득했다. 국세청은 이런 행위에 대해 편법 증여라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국세청이 추가 세무조사에 나섰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연합뉴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국세청이 추가 세무조사에 나섰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연합뉴스]

최근 강남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자 국세청이 또다시 세무조사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강남 지역 고가 아파트 취득자 등 532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정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과열 지역에 대한 최고 수위의 단속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는데, 국세청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나섰다.

국세청, 강남 집값 폭등에 추가 세무조사 칼 빼들어 #지난해 843명에 대해 세무조사, 643명에 1048억원 추징 #고가 아파트 물려받으며 증여세 탈루, 불투명한 자금으로 아파트 산 재건축조합장 등 조사 #향후 고가 아파트 거래 전수분석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보조를 맞춰 부동산 거래 탈세 혐의자 843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 중 633명에 대해 탈루세금 1048억원을 추징했다. 나머지 210명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으나,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 등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과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강남 등 주택가격 급등지역 아파트 취득자의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분석해 탈세 혐의자 등 세무조사 대상자를 정했다”라고 말했다.

소득이 없음에도 최근 3년간 아파트 4채(25억원 상당)를 취득한 주부, 부친으로부터 10억원의 아파트를 취득한 신혼부부 등이 이번 조사의 타깃이 됐다. 강남 지역에서 자녀 등에게 저가 양도하거나 편법 증여를 한 혐의다. 불투명한 자금으로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 등을 취득한 재건축 조합장,  개발예정지역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뒤 이를 다시 되팔면서 세금 탈루 정황이 발견된 기획부동산 업체 등도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향후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 탈루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가격이 급등하는 재건축 등 고가의 아파트 거래에 대해서는 현장정보와 국토교통부로부터 수집한 실거래가 위반자료,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활용해 탈세 여부를 전수 분석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다운계약서(거짓 계약서) 작성, 편법 증여 등의 혐의가 발견될 경우 세무조사를 할 계획이다.

부동산 관련 편법거래 사례.[자료 국세청]

부동산 관련 편법거래 사례.[자료 국세청]

자금출처조사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자금출처조사는 소득보다 자산의 증가가 커서 그 출처의 정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세무조사다. 또 증여추정 배제기준의 경우 주택에 대해서는 기준금액을 낮춰 주택을 이용한 증여에 대해서는 소액을 증여하더라도 철저히 검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직업ㆍ소득 및 재산상태 등으로 볼 때 재산을 자력으로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자금 출처 등을 조사한다. 다만 일정 금액 취득 이하에 대해선 증여추정 배제로 보고 납세자에 대한 소명 요구 등을 하지 않는다. 예컨대 40대 세대주의 경우 4억원 미만의 주택 취득 시 증여추정 배제에 해당한다. 이런 증여추정 배제 기준을 낮춰 주택 거래 시 자금 출처를 좀 더 꼼꼼히 들여보겠다는 것이다. 이동신 국장은 “주택을 이용한 증여에 대해선 소액을 증여하더라도 철저히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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