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 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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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으로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키로 17일 합의했다. 남북의 올림픽 동시입장은 네번째지만 단일팀 구성은 사상 처음이다.

17일 판문점서 차관급 실무회담 열어 11개 항 합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마식령 스키장서 공동 훈련 #대표단은 2월 7일 경의선 도로, 예술단은 판문점으로 이동 #참가 선수단은 20일 IOC주관 남북 회의서 최종 결정

천해성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전종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오후 판문점에서 평창올림픽 북한 대표단 파견을 위한 실무회담을 마친뒤 악수하고 있다. 양측은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공동입장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11개 항에 합의했다. [사진 통일부]

천해성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전종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오후 판문점에서 평창올림픽 북한 대표단 파견을 위한 실무회담을 마친뒤 악수하고 있다. 양측은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공동입장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11개 항에 합의했다. [사진 통일부]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북한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을 각각 수석대표와 단장으로 한 남북은 이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실무회담을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11개 항의 공동 보도문을 발표했다. 양측은 이날 전체회의와 수석대표 접촉 등 모두 10차례 416분간 회의를 진행했다.

남북은 이날 회의에서 230명의 응원단과 30여 명의 태권도시범단, 응원단, 기자단은 개막일 이틀전인 2월 7일 경의선 육로로 방한하기로 했다. 태권도 시범단은 서울과 평창에서 공연키로했다. 북측 선수단의 참가 종목과 선수단 규모는 오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 위원회(IOC)와 남북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최종 결정한 뒤 2월 1일 경의선 육로로 이동할 예정이다.

자료=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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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양측은 올림픽 개막 이전에 북측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 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고, 금강산 지역에서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시절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구상했던 내용 중 일부다.  이를 두고 남북간 사회문화 교류를 중단한 5ㆍ24 대북 제재 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평창 겨울 올림픽을 성공적이고 평화롭게 치르자는 취지”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양측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구성이나 규모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정부 당국자는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규모 등 오늘(17일) 확정하지 못한 사안은 판문점을 통해 추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 방한하는 북측 대표단 최종 규모는 올림픽 개막일 직전에야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북측이 지난 9일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500명 안팎의 인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금까지 확정된 규모(응원단 230명, 예술단 140명, 태권도 시범단 30면)를 감안하면 북측이 밝힌 대로의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선수단 362명과 응원단 288명 등 총 650명)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선수단 224명과 응원단 303명 등 총 527명)에 이어 역대 세번째 규모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 선수가 10여명 안팎이어서 선수단을 제외한 대표단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급조단체 내세운 북한=9일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때 북한에선 이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대표단으로 나왔다.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전에는 언급된 적이 없는 단체다. 원래 북한에서 올림픽 관련 업무를 맡는 기관은 ‘조선올림픽위원회’다. 평창 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라고 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1일)에 따라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관장하는 임시 단체로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를 만든 것으로 우리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선 ‘삼지연 관현악단’이 처음 등장했다. 기존에 ‘삼지연 악단’이란 명칭으로 활동하는 음악단은 있었지만, 삼지연 관현악단이라는 단체는 알려진 적이 없다. 당시 남측 회담 수석대표였던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이를 기존의 삼지연 악단과 혼동하기도 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삼지연 관현악단은 기존에 있던 음악단이라기보다 올림픽 방한을 위해 여러 예술단이 모여 임시로 조직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이전에도 방한 예술단을 구성할 때 여러 예술단 멤버들을 모아 일회성으로 조직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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