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전문가가 본 홍콩서 아내·아들 살해한 韓남성의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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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홍콩에 여행 온 후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마스크를 쓰고 있는 A씨(왼쪽)가 홍콩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중앙포토]

16일(현지시간) 홍콩에 여행 온 후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마스크를 쓰고 있는 A씨(왼쪽)가 홍콩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중앙포토]

지난 14일 홍콩 여행 중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한국인 관광객 A(43)씨가 현지에서 체포된 가운데, A씨가 홍콩 여행에 가서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mbn '이슈파헤치기'에서는 홍콩 가족살해 사건을 보도하며 A씨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장창민 심리상담 전문가는 A씨가 홍콩에 가서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흔히 말할 수 있는 이별여행이다"라고 말했다.

장 심리상담전문가는 "A씨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보인다"며 "가족에게 그동안 못해준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가장 좋은 곳에 가서 보상을 해주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은 떠날 결심을 하게 되면 죽음 이후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자신의 가족에게 좋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남겨주고 싶어서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낸 후 편안하게 보내는 심리 때문에 그런 행동을 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콩에 여행 온 후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관광객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연합뉴스]

홍콩에 여행 온 후 아내와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관광객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연합뉴스]

한편 지난 14일(현지시간) 홍콩 웨스트 카오룽 지역의 5성급 호텔인 리츠칼튼 호텔에 투숙했던 A씨는 그의 아내 B(43)씨와 아들(7)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범행 전날 오전 7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해 "사업에 실패해 막다른 지경에 몰렸다"며 그의 가족이 목숨을 끊으려 한다고 알렸다.

이에 한국에 있던 친구가 급히 경찰에 알렸고, 경찰이 다시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연락해 신고가 이뤄졌다.

체포 당시 A씨는 투숙한 방에서 넋이 나간 모습으로 발견됐으며, 술에 취해 경찰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경찰은 그를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가 16일 조사에 들어갔다.

홍콩 현지 언론은 A씨가 미국 유명 초콜릿 기업의 한국 대표로 최근 한국 내 점포의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않아 폐점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A씨는 평소 SNS를 통해 가족과 함께한 사진과 글을 올리는 등 단란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를 조사 중인 홍콩 경찰은 호텔 내 CCTV 기록을 조사한 결과 A씨가 호텔 내 두 곳의 술집에서 14일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셨고, 객실로 돌아갈 즈음에는 크게 취해 있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홍콩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 것은 기억이 나지만, 이후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한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자금회전이 원활하지 않은 등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막 다른 지경에 몰린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홍콩 경찰은 밝혔다.

홍콩 경찰은 "초기 조사 결과 여성의 목 주위에서 여러 개의 상처가 발견됐고, 아이의 목에선 자상이 발견됐다"며 정확한 사망 시각과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호텔 방에 저항 흔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사망 전 피해자들이 약물을 복용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홍콩 사법당국에 의해 살인 혐의로 기소됐으며, 홍콩 카오룽 법원에서 진술할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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