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남녀’ 패널, 은하선 하차에 ‘연대 보이콧’…“성소수자 입막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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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선 작가. [사진 EBS 까칠남녀]

은하선 작가. [사진 EBS 까칠남녀]

성소수자와 젠더 이슈를 주제로 한 토크쇼 EBS ‘까칠남녀’의 고정패널이었던 은하선 작가가 프로그램 종영을 앞둔 상황에서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방영된 까칠남녀 ‘성소수자 특집’을 계기로 일부 반동성애단체들이 집단 항의에 나선 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은 작가와 함께 출연 중인 다른 패널들은 ‘프로그램 의도에 맞지 않는 성급한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연대 보이콧에 나서 막판 방송 파행도 예상된다.

15일 노컷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은 작가는 지난 13일 오후 까칠남녀 제작진으로부터 하차 요구를 받았다.

제작진은 당시 은 작가에 “당황스럽고 죄송하다”며 “윗선에서 이야기가 나와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은 작가와 까칠남녀 패널로 출연 중인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와 손아람 작가, 손희정 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프로그램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입장문에 “까칠남녀 담당CP는 하차 결정 이유로 은하선 작가가 ‘방송출연자로서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명백하게 성소수자의 입을 막아 존재를 지우겠다는 반동성애 집단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이어 “까칠남녀는 한국 사회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온 프로그램입니다. 이렇게 의도에 맞지 않는 성급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에 출연자 이현재, 손아람, 손희정은 은하선이 없는 마지막 녹화 참여를 보이콧 합니다”고 남겼다.

논란이 커지자 까칠남녀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반동성애 집회와 은하선 작가의 하차 통보는 별개의 문제”라며 “하차를 결정하게된 이유는 은 작가가 방송 출연자로서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은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까칠남녀’ 담당 PD 전화번호라면서 퀴어문화축제를 후원하는 번호를 올려놓은 것이 하차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까칠남녀는 내달 19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은 작가는 방송 첫회부터 고정패널로 출연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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