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휴전협상 체결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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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니카라과좌익정부와 콘트라반군간에 23일 체결된 60일간의 휴전협정은 7년간이나 지속되고 있는 내전의 종식가능성과 좌우대립으로 몸살을 앓아온 중미국가들에 평화정착의 청신호를 제시하는 것이다.
79년7월 「소모사」 독재정권이 붕괴되고 좌익 산디니스타정권이 들어선후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니카라과우익반군들은 정부군과 끝없는 유혈전을 벌여 지금까지 5만여명의 희생자를 내고 니카라과 경제는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니카라과내전의 실질적인 배경은 미국이 자국의 앞마당격인 이지역에 쿠바와 같은 공산정권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소련을 견제하겠다는 목적으로 콘트라반군을 지원한데서 빚어진 것이다.
미소간의 대리전쟁으로 일컬어지던 니카라과 내전은 그동안 인근 중미국가들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돌파구를 찾지못했었다. 멕시코·베네쉘라·콜롬비아·파나마등 4개국으로 구성된「콘타도라 그룹」이 83년부터 중재활동을 해왔으나 실질적인 휴전을 가져오지 못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니카라과·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코스타리카등 5개국이 중미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내전종식의 돌파구를 열지는 못했다.
이번의 양측간 휴전협정 체결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있는 정부측과 국민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반정부군측의 현실을 인정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있다.
그러나 이번 잠정휴전합의가 영구적인 종전으로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이 압도적이다. 그간 양측간에 쌓여온 상호불신의 벽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측은 휴전기간중 반정부군들이 조직을 재편성하고 힘을 강화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반정부군측은 정부가 약속한 사면조치·언론자유·정당활동보장등이 자신들이 희망하는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해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제는 니카라과정부가 우익세력에 어느정도의 정치적 자유를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볼수 있다. 콘트라의 내정참여 보강정도와 함께 미국의 기존 대니카라과 강경정책이 어느정도의 유연성을 보일것인지에 따라 휴전협정과 앞으로의 평화협상이 크게 영향을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의 협상이 니카라과내에서 양측의 고위층간에 처음 이루어졌다는 점과 잠정적인 휴전이지만 일단 평화정착의 첫걸음이 마련됐다는데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정봉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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