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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체감보다 발표 수치 낮았던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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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자연사박물관 옥상에 설치된 도시 대기 측정망. 24.6m 높이에 설치돼 있어 거리를 다니는 시민들의 체감오염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송옥주 의원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옥상에 설치된 도시 대기 측정망. 24.6m 높이에 설치돼 있어 거리를 다니는 시민들의 체감오염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송옥주 의원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옥상에 설치된 서대문구 대기오염측정소.

서울 서대문자연사 박물관 옥상 측정소 #높이 25m…지상 측정치보다 22% 낮아 #국회 환노위 송옥주 의원 문제 제기 #환경부 지난해 말 10곳에서 비교 측정 #전국 측정소 83% 1.5~10m 규정 어겨 #"높은 곳에선 확산 잘 돼 오염 반영 못해" #환경부, 20m 이상 20곳 단계적 이전키로

지상에서 높이 24.6m에서 위치한 이곳에서는 지난해 11월 12~19일 부유성 먼지(PM10) 측정값이 ㎥당 32㎍(마이크로그램)이 측정됐다.
같은 기간 이동 측정 차량(측정구 높이 약 2m)을 이용해 지상에서 측정한 측정값은 41㎍이었다.
측정소에서 관측된 값은 거리를 걷는 시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오염도보다 22%나 낮게 측정된 것이다.
대구 수성구 지산동의 측정소(높이 18m)에서는 지난해 11월 11~19일 오염도가 40㎍이 나왔지만, 지상에서는 48㎍으로 분석됐다.
특히,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여성회관 옥상에 설치된 측정소에서는 지난달 23일 93㎍이 측정됐으나, 지상에서는 24시간 환경기준(100㎍/㎥)을 초과하는 102㎍으로 측정됐다.
1㎍은 100만분의 1g이며, 부유성 먼지(PM10)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 도시대기측정망과 비교하기 위해 지상에서 오염도를 측정했다. [사진 송옥주 의원실]

대기오염 이동측정차량. 도시대기측정망과 비교하기 위해 지상에서 오염도를 측정했다. [사진 송옥주 의원실]

이처럼 전국의 도시 대기 측정소의 대다수가 지나치게 높은 곳에 설치돼 있어 시민이 체감하는 오염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도시 대기측정소가 지나치게 높은 장소에 설치돼 있다"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따라 지난해 11~12월 전국 10곳의 측정소를 대상으로 측정소와 지상의 부유성 먼지 농도를 비교 측정했다.
그 결과, 서울 용산구 측정소의 경우 지난달 15일 측정소 농도는 75㎍으로 미세먼지 예보 기준으로는 '보통' 수준이었지만, 지상에서는 87㎍으로 '나쁨' 수준이었다. 서울 강동구 측정소에서도 지난 11월 28일 측정값이 75㎍으로 '보통' 수준이었지만, 지상에서는 85㎍으로 역시 '나쁨' 수준이었다. '나쁨' 단계는 장시간 혹은 무리한 실외 활동을 피해야 하는 수준이다.
송 의원은 14일 이 같은 환경부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2016년 말 현재 전국 264개 도시대기측정소의 설치 높이가 환경부의 '대기오염 측정망 설치·운영 지침'에서 정한 설치 높이 1.5~10m 규정을 지킨 곳은 17.4%인 46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설치·운영 지침에는 "불가피한 경우 외부 조건에 최대한 영향이 적은 곳을 택해 높이를 조정할 수 있고, 그렇더라도 30m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단서 조항이 붙어있다.

전국 246곳 측정소의 평균 설치 높이는 바람직한 기준인 10m 범위를 벗어나 14m였다. 아파트 6층 높이에 해당한다.

송 의원은 "고도가 높으면 확산이 잘 돼 농도가 떨어져 시민들이 체감하는 오염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도시대기측정소는 체감 오염도를 반영하도록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지난 10일 설치·운영 지침을 개정, 불가피한 경우라도 20m보다높아서는 안 되도록 했다.
또, 10~20m 높이에 설치하더라도 예외 조건을 만족해야 하며, 평가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환경부 홍동곤 대기정책과장은 "이번에 관련 지침을 개정한 만큼 높이가 20m 이상인 측정소 20곳은 단계적으로 이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곳 중 5곳은 2020년 이후에나 이전이 가능하고, 6곳은 아직 구체적 계획도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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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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