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철도공사 감사의 터무니없는 노조 두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철도공사 감사가 전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노조의 파업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공공철도라는 정부의 교통정책과 철도의 역할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려는 파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와 철도공사 사장이 불법파업에 대한 원칙적 대응을 내세운 것과는 분명히 배치된다.

그는 "나는 절대로 부당한 파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치 투쟁 성격이 강한 파업이었다면 당연히 철도 부채 문제에 초점이 모여야 했다"고 말했다.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철도 부채를 정부에 해결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정당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파업을 하고 보니 제일 나쁜 놈은 정부나 경영진이 아니라 보수언론"이라는 비난도 덧붙였다.

물론 철도 부채는 철도공사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정부도 해결책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자구 노력이 선행될 때 설득력을 가진다. 경영합리화에는 반대하면서 누적되는 빚을 세금으로 메우라는 것은 억지다. 노조가 파업의 이유로 내세운 조건이 무엇이었던가. 3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해고자 복직과 인력 충원, 적자노선과 적자역 폐지 취소 등이었다. 만성적자 요인은 방치하거나 확대하면서 인건비를 더 늘리겠다는 요구가 수용돼야 했겠는가.

철도공사 임원이 명분도 없고 불법인 노조 파업 사태가 어렵게 진정된 뒤에도 "노조의 파업은 정당했다"고 강변하는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