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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사피엔스』 작가가 본 중세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나온 신간 중 세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대담한 작전

대담한 작전

대담한 작전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프시케의숲

“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 한복판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대담한 작전』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2007년 저서가 번역 출간됐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로 유명한 하라리는 이 책에서 대중문화 속 영웅담으로 채색된 특수작전(소규모 부대가 좁은 지역에서 수행하는 전투 작전)의 역사를 중세 군사문화에서 찾는다. 그는 특수작전이 중세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특히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기사도와 군사적 현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이상적인 소재”라고 말한다.

하라리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비롯해 다양한 대중문화와 남성 영웅 이야기들이 이 시기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다양한 예시를 통해 밝힌다. 특수작전은 기사의 영웅적 승리, 무용담, 명예, 공정함, 규칙의 준수 등 기사도 정신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하라리는 기사도 정신에 근본적인 모순이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쟁 승리를 목표로 하지만 그 과정이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것. 전쟁과 윤리는 합치할 수 없는 개념이다.

전쟁은 도처에 널려 있으며 잠재적이고 또 일상적이다. 특히 하라리가 초반부에 서술한 대로 현대의 특수작전은 기반시설 및 무기체계 파괴를 비롯해 특정한 인물과 상징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효율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히브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테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얘기하고 있다.

그동안 학자들이 다룬 적이 없는 중세의 특수작전에 주목한 점이 참신하다. 연구의 틈새를 메운다는 학술적 의미 외에도 다양한 사료로 사전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기사도 시대 전쟁의 독특한 특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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