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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국선변호인, 유영하 재선임에 대해 묻자…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선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왼쪽)와 국선 변호인단의 조현권 변호사. 중앙포토, 강정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선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왼쪽)와 국선 변호인단의 조현권 변호사. 중앙포토, 강정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국선 변호인단의 조현권(62·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가 유영하 변호사 재선임에 대해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국선 변호인들은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면서도 그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조 변호사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간접적인 방법으로 접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정중하게 전해 달라는 경우는 몇 번 있었다”며 “접견 요청을 안 받아주시는 의중은 알 수 없지만 의사 결정에 필요한 부분들은 만나서 말씀해 주시면 좋은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36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조 변호사는 “종전 사건과 새로운 사건 병합을 희망하는지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결정을 해주셔야 한다. 사선 변호인이 선정돼 해결은 됐지만 그 전까지 국선 변호인단끼리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며 “유 변호사로부터 아직 연락 온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농단 재판에 대해서는 접견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활비 사건은 부리나케 재선임하는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언급하기가 좀 어렵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하여튼 저희는 변호인으로서 최선의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접견을 해주시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에둘러 착잡함을 표현했다.

조 변호사는 15만 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보며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며 “역시 박 전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는 부분이 제일 힘들다”면서도 “저희 임무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박 전 대통령에게 접견 요청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을 향해서도 한마디를 남겼다. 조 변호사는 “아무리 돌팔매를 던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 변론을 해주는 제도가 유지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저희 역할이 민주주의가 굴러가기 위한 하나의 역할”이라며 주위의 불편한 시선에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유 변호사는 지난 4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데 이어 8일에도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나흘 새 두 차례나 변호인을 접견한 것은 기존 국정농단 사건 국선 변호인들의 접견도 거부하는 모습과 비교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국정원 특활비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인식과 상납받은 경위, 사용처에 대한 대응 논리 마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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