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내 주머니 채우기식 노동운동 없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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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는 국회 회의장을 점거해 비정규직 보호법안 통과를 저지한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대만 한다. 이게 노동운동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더 나아가 "노동계가 산업의 변화 속도를 읽고 받아들여 미래를 생각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 힘들어도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 78만 명을 둔, 노동계 한 축의 현직 수장의 자아비판이다 보니 더욱 생생하고 힘이 실린다. 제대로 문제를 파악했고 방향도 잘 잡았다. 최근 철도노조가 여론을 무시하고 정치성 파업을 벌였다가 4일 만에 백기를 든 사실을 보라. 강경 일변도의 투쟁 방식은 이제 안 통한다. 세계 어디를 봐도 우리 노조만큼 강경 투쟁을 벌이는 데는 별로 없다. 강성 파업은 국민경제에 손실을 초래하고 노조 스스로에도 상처를 남긴다. 지난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도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저지 등을 내걸고 다음달 3~14일 파업을 벌이려는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데 또 총파업을 하겠다니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대신 대화의 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민주노총이 최근 노동위원회 등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참에 노사정위원회에도 복귀해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비정규직 보호 강화 등 산적한 노사 현안을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 위원장의 자아비판이 노동운동의 틀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사 문제개입을 삼가고 대화를 지원해야 한다. 재계도 노조를 타도 대상으로 보는 전근대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이 위원장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어떻게 실천하는지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