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겨 100년'쾌거 … 김연아, 세계 주니어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의 은반요정' 김연아(16.군포 수리고)가 세계 주니어 피겨 정상에 우뚝 섰다.

김연아는 10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끝난 200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합계 177.54점으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153.35점)를 여유있게 제치고 우승했다. 한국에 피겨 스케이팅이 소개된 지 100년 만이다.

김연아의 정상 등극은 '엄마'의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열정이 밑거름이 됐다.

어머니 박미희(48)씨는 소녀 시절 피겨스케이트 선수 지망생이었다. TV에 비친 피겨 선수들의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동작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실내링크가 거의 없었던 데다 레슨비 등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가끔 빙상장을 찾아 다른 선수들이 배우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며 기본 동작을 익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던 박씨는 결혼을 했고, 연아가 여섯 살 되던 해 딸의 손을 잡고 경기도 군포 집에서 가까운 과천실내링크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동작들을 하나씩 딸에게 가르쳤다.

딸의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어머니 박씨는 "한 번 가르쳐준 동작은 두 번 다시 지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금방 따라했다"며 대견해 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코치 지도를 받은 김연아는 2학년 때 전국 겨울체전에서 1등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군포 도장중 1학년 때에는 일찌감치 국가대표로 뽑혔다.

어머니는 대표팀 훈련이 없는 날에는 다른 코치들에게서 배운 지상훈련 요령 등을 딸에게 가르쳤다. 딸이 꾀를 부리면 "100 바퀴 더 돌아"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훈련을 둘러싸고 모녀는 다투기도 했고, "운동을 그만두자"는 말까지 나왔다. 어머니 박씨는 "힘든 훈련을 참아준 딸이 고마울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성백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