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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 … 지난달 청와대에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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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 첫 국무회의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

여권 고위 인사가 밝힌 ‘사전 교감’ #북, 블라디보스토크서 접촉 제안 #일정 안 맞아 무산 뒤 재차 연락 #“남측이 긍정 메시지 보내면 화답” #문 대통령, 지난달 NBC 인터뷰서 #한·미 훈련 연기 제안 ‘대북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신년사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파견과 당국 회담의 뜻을 밝힌 건 평창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과 평화의 획기적 계기로 만들자는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이라며 ‘조속한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이후 남북 관계는 회담 제안(2일)→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3일)→회담 동의(5일)→회담 대표단 명단 교환(6, 7일) 등 숨 가쁘게 돌아갔다.

이 같은 흐름의 이면에서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두고 남북 당국이 간접적인 사전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8일 확인됐다. 대선 당시 문재인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고위 당국자는 “냉각된 남북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력하게 가지고 있었다”며 “특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관계를 복원한다는 구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면질의에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북한 선수단 참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여권 내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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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이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대회 개막식에서 북한을 평창 겨울올림픽에 공식 초청한 이후 정부와 여권에선 다양한 라인을 동원해 북측과 접촉해 왔다고 한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달 중순 중국 쿤밍(昆明)에서 열린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온 문웅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을 두 시간 동안 만나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문화교류단이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대표는 “(남북 간에) 모든 채널이 막혔다고 알려졌지만, 채널이 모두 없어진 게 아니다. (밝힐 순 없지만) 지속해서 접촉이 이뤄져 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접촉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북한에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달 초다. 북한 사정에 밝은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 당국과 별도로 여권에선 다양한 라인을 통해 북측과 접촉했다”며 “지난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갈 테니 그곳에서 만나자는 전갈이 북한 고위 당국자에게서 왔다”고 전했다. 양측은 블라디보스토크 접촉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는 동시에 접촉 인사를 선정하는 작업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양측의 일정이 맞지 않았고 자칫 만남이 공개될 경우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북측은 “평창올림픽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참여할 생각이 있다”는 답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라인을 통해선 “평창올림픽에 대해 남측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면 우리(북)도 화답하겠다”는 메시지도 도착했다.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북측 메시지는 청와대에 즉시 전달됐다”며 “청와대도 12월 초 북한의 긍정적 메시지를 받은 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고민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제안했다”고 밝힌 것은 북한의 긍정적인 메시지에 화답하는 차원이었던 셈이다. 당시 최 지사도 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해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정부가 직접 북측에 접촉을 시도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민간 차원의 접촉을 통해 북측의 변화가 감지됐고, 이를 통해 북한 측의 공식 입장 발표가 있으리란 것을 감지하고 기다린 게 사실”이라고 했다. 여기엔 대한적십자사와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도 나섰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정용수·강태화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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