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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5동 지역사회개발위 공동편물로 가난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 관악구 봉천5동의 꼬불꼬불한 산비탈 골목길을 접어들면 『차르륵차르륵-』 편물기계소리가 날렵한 손놀림을 절로 떠오르게하는 작은 2층건물이 나온다. 「봉천5동 지역사회개발위원회」.
「펀치카」라는 13대의 편물기계로 스웨터를 짜면서 자녀교육비를 마련하고 빚을 갚는가하면 월세살림을 전세살림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가난을 이겨내는 장한 이웃들의 일터다.
남편이 장애자이거나 실직당한 경우외에도 이혼·사별 등의 이유로 주부가 생계를 책임져야한다거나 남편이 있어도 자녀교육비 부담등을 위해 주부가 함께 일해야하는 가정들을 돕고자 주민들이 편물사업을 시작한 것은 87년3월.
이동네에서 도시빈민지역 자활시범사업(82∼86년)을 펴온 유니세프(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의 지원금 외에도 통장·부녀회원등 비교적 생활형편이 나은 주민 약1백명이 매달 각자 1천∼5천원씩 내어 모은 돈으로 처음에는 9대의 편물기계를 장만했다.
집안일을 돌보면서 일해야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 출·퇴근 거리를 최대로 줄이고 근무시간을 신축성있게 조절할수있는 편물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남형자씨(38)는 『계절에 따라 좀 다르지만 매달 20만원이상은 벌수있어요. 어떻게든 3남매를 교육시키려고 온갖 부업에 손대봤지만 근무시간이 별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이만한 수입을 올릴만한 일은 없군요』라면서 스스로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주부들도 대체로 월평균 25만원, 아주 숙달된 경우는 45만원까지 버는데 모두들 가난을 벗어날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더구나 이동네 자원봉사자들은 「아가방」을 운영해서 일하는 주부들이 어린자녀를 돌볼 걱정없이 열심히 일할수있도록 뒷받침해준다. 또 편물작업장 위층에는 무료독서실을 마련, 공부방이 마땅치않은 어린이와 칭소년들이 함께 공부할수 있도록했다.
이웃들의 이같은 배려속에서 마음놓고 일하게 된 주부들은 지난 1년동안 모은 수익금의 일부로 4대의 편물기계를 더마련해 좀더 많은 이웃들이 함께 일할수 있게됐다.
여기서 편물기술을 배워 취업한 주민도 24명. 아예 편물기계를 집에다 들여놓고 일감을 가져다 일하는 경우도 늘고있다.
앞으로 계속해 취업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편물기술을 지도하는 한편 좀더 여력이 생기면 이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하는 것이 지역사회개발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는 주부들의 꿈이다. 이 위원회에서 일하는 주부들은 『우리도 이웃들의 살뜰한 도움을 받았으니 앞으로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야지요』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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