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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111개 조항서 ‘맞춤법’ 오류…‘붙일·부칠’ 구분도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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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헌법의 전체 136개 조항 중 111개 조항이 한글 맞춤법 규정에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연합뉴스]

현행 헌법의 전체 136개 조항 중 111개 조항이 한글 맞춤법 규정에 어긋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연합뉴스]

대한민국 최고 법인 ‘헌법’의 대부분 조항이 현행 맞춤법 규정에 어긋난 것으로 나타나 수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국립국어원에 의뢰해 현행 헌법의 문법·표현 등의 정확성을 검토한 결과 전체 조항(136개) 중 111개 조항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전체로 봤을 때 오류 건수는 234건에 달했다. 이 중 절반(133건)가량은 어려운 한자어나 모호한 표현을 쓴 경우다.

예를 들어 헌법 전문에 기재된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에서 ‘각인’(各人)은 ‘개인’(個人)으로 바꾸는 것이 문장을 이해하거나 읽기에 자연스럽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오류도 56건 확인됐다.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 '헌법 제72조']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 '헌법 제72조']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오류로 헌법 72조를 들 수 있다. 이 조항에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적혀있다.

문장 말미에 있는 ‘붙일’을 ‘부칠’로 써야 옳은 표현이다. ‘붙이다’는 물체를 떨어지지 않게 한다는 의미고, ‘부치다’는 무언가를 보내려고 할 때 쓰는 표현으로 생각하면 쉽다.

‘붙이다’와 ‘부치다’ 오류는 72조 이외에도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53조 4항),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붙여”(130조 2항) 등도 있었다.

주술 관계 불일치나 피동 표현(45건)도 다수 나왔다.

예를 들어 5조 2항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의 경우 “군국은”에서 “준수된다”로 이어지는 주술 관계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상위 법이라 할 수 있는 헌법에 어긋난 표현이 많은 데는 한글 맞춤법 규정이 적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은혜 의원은 “헌법은 국가 최고 규범으로 국민 누구나 바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10차 개정헌법은 오류가 없는 완벽한 우리말 헌법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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