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 핵전쟁 대비한 워크숍 8년만에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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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하와이주가 북핵에 대비한 사이렌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핵전쟁에 대비한 전문인력 워크숍을 8년만에 재개해 눈길을 끌고있다.

핵폭발 이후 나타나는 버섯 모양의 구름. [중앙포토]

핵폭발 이후 나타나는 버섯 모양의 구름. [중앙포토]

뉴욕타임스(NYT)는 CDC가 오는 16일 ‘공공보건의 핵폭발 대책’이라는 워크숍을 연다고 6일(현지시간) 전했다. 참석 대상은 의사와 정부관료, 응급구호 요원 등 핵 공격이 발생한 뒤 살아남아 응급대책을 감독할 책임이 있는 모든 이들이다.

CDC, 16일 핵폭발 대책 워크숍 열어 #트럼프 행정부 긴장고조와 무관치않아 #핵폭탄 터지면 24시간 나오지 말아야

CDC는 공식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핵폭발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만일 일어난다면 파멸적인 결과를 부를 것이고, 심각한 보호조치를 할 시간도 촉박할 것”이라며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계획과 준비가 갖춰져 있으면 사망과 질병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버트 켈리 CDC 대변인은 이번 워크숍을 지난해 4월부터 계획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고조되는 긴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보다 더 크고 실제 작동하기도 하는 핵단추가 있다’는 트윗으로 파문을 일으킨 직후라 더욱 그렇다. CDC가 이같은 내용의 워크숍을 진행한 것은 2010년 3월이 마지막이었다.

최근 ‘북한보다 더 크고 실제 작동하기도 하는 핵단추가 있다’고 해 큰 파문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최근 ‘북한보다 더 크고 실제 작동하기도 하는 핵단추가 있다’고 해 큰 파문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켈리 대변인은 “CDC가 오래 계속하던 작업”이라며 “모든 종류의 보건위협에 공공 보건계가 준비태세를 확고히 한다는 취지에서 실시하는 여타 보건 긴급사태 대비책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자 단체인 ‘참여과학자연대’의 선임연구원 에드윈 라이먼 박사는 “긴장에 불을 붙이고 핵전쟁 위험을 높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상 가능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핵전쟁이 난다면) 파멸적 결과를 상쇄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진짜 문제는 대중이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워크숍의 핵심 메시지는 더 많은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들이 안전하다고 말할 때까지 있던 자리, 자기 건물, 자기 마을에 그대로 머무는 내용을 담고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의학 전문가인 마크 케임 박사는 “핵 폭발이 발생한 직후 방사능 오염도가 제일 높다”면서 “핵폭발 이후 24시간 이내 있던 자리에 머무르면 생존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히로시마 원폭 생존자인 서로 세츠코(왼쪽)와 히로시마 폭격 당시 원폭 구름의 모습. [중앙포토]

일본 히로시마 원폭 생존자인 서로 세츠코(왼쪽)와 히로시마 폭격 당시 원폭 구름의 모습. [중앙포토]

케임 박사는 1만t짜리 핵폭탄을 흔히 말하는 대도시에 투하하면 25만 명 정도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존가능한 25만 명이 숙지해야할 정보를 CDC가 워크숍에서 미리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DC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절이 끝난 뒤 대중을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 대응책을 전파하려고 고심해왔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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