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장 건전성 살리되, 시세조종 행위 엄단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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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호 15면

바람직한 암호화폐 규제

암호화폐 투자가 과열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거래 실명제 도입’ 등 연이어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각 로펌을 중심으로 한 재야 법조계에선 “빈대(투기) 잡으려다 초가삼간(블록체인 기술) 다 태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거래소 폐쇄’ 검토 등 강력한 규제안이 부당하다며 한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본지는 법무법인 세종 암호화폐 테스크포스팀(TFT) 조정희·정수호 변호사를 지난 2일 서울 회현동 사무실에서 만나 바람직한 규제안에 대해 물었다. 세종은 암호화폐 도입 초기부터 TFT를 꾸려왔다.

암호화폐 가치 0이 될 수 있어 #투자자들도 책임 질 줄 알아야

정부가 강력한 규제안을 내놨다.
“일각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근거 없는 반감을 가지고 극단적인 대책까지 필요하다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미래 기술을 키우기 위해선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범죄행위는 엄단하지만 시장 건전성은 살릴 수 있는 쪽으로 규제의 방향을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한다.
“전통적 관념으로 봐선 안 된다. 지금 여러 개의 암호화폐가 자신들의 서비스를 내걸고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승리한 암호화폐는 수많은 사용자를 갖게 되며 그 자체가 가치가 된다. 전자부호에 불과하다고 봐선 안 된다. 사용자의 규모가 암호화폐의 가치를 담보하게 된다.”
도박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현 단계에서 그런 요소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업(業)에 버블이 생기고 먼저 참여한 사람이 후발자에게 손해를 떠넘기는 현상은 인류 역사상 수없이 반복됐다. 코스닥·코스피 등 주식시장도 그렇고 부동산 ‘떳다방’도 마찬가지다. 성장하는 동안은 문제가 안 생기지만 가격이 확 떨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업 자체를 없애면 안된다. 주식 시세조정 행위 있었다고 주식시장 폐쇄하지는 않지 않나.”
어떻게 규제해야 하나.
“우선은 시장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작전 세력이 몇천명 모인 카톡방에서 펌핑(인위적인 시세조종 행위)을 시도하는 행위가 많다. 내부자거래 등 불법적인 범죄행위들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비합리적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시장을 건전하게 유도해 그런 사람들을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시장이 투명해지면 투자자는 자기 투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폭락 사태 등이 발생하면 ‘퇴직금 날렸다’, ‘결혼자금 날렸다’며 정부에게 손해배상하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선 안 된다. 투자는 자기 책임이다. 가치가 0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투자해야 된다. 퇴직금으로 투자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손해 날 걸 알고 투자했다면 손실은 자기가 감당할 몫인 것이다. 물론 투자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고 온전히 자유의지로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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